암호화폐 시장이 폭락한 이후 아시아 각국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지 자산운용사들은 계속되는 투자 관심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연계 상품 제공 방안을 모색 중이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컨설팅 기업 '세룰리어소시에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싱가포르, 홍콩,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직접 투자 없이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투자 노출할 수 있는 전용 펀드들이 대거 출시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켄 얍 세룰리 아시아 총괄은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신흥 자산 관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멜론은행 투자운용 부문은 지난 4월 싱가포르에서 개인 투자자 대상 첫 블록체인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6월에는 삼성자산운용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 블록체인 기술 관련 ETF, 가상자산 ETF 등에 투자하는 '삼성블록체인테크놀로지 ETF'를 홍콩 시장에 상장했다.
호주에선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조성됐다. 코스모스퍼포스비트코인액세스, 21셰어스비트코인ETP, 21셰어스이더리움ETP ETF는 호주 대체거래소(전 차이엑스 호주)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래애셋금융그룹이 올해 디지털자산사업 추진 계획을 밝혔다. 암호화폐·대체불가토큰(NFT) 수탁 사업을 시작으로, 관련 대출, 펀드 등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은 2월 '디지털자산운용 준비위원회'를 출범, 암호화폐 및 인공지능 관련 펀드를 개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는 작년 9월 국내 최초로 블록체인 기업 투자에 초점을 맞춘 전략 펀드 'KB글로벌 디지털체인 이코노미 펀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룰리 아시아 총괄은 "시장에 뮤추얼 펀드와 ETF가 많아질수록 투자자 선택권은 넓어지고 암호화폐에 대한 안전한 접근 경로가 생겨 투자 합법성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도 암호화폐 펀드는 중요한 자산 증대(asset-gathering) 기회"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통화청의 개인 투자자 참여 억제, 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련 광고 규정 정비 등 아시아 규제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가격 등락이 큰 시장 상황이 오히려 직접 투자 없는 연계 펀드를 내놓을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룰리 보고서는 아시아 시장 내 높은 관심과 수요가 이같은 움직임을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1일 체이널리시스 자료에 따르면 6월까지 1년 동안 태국에서 1359억 달러, 베트남에서 1126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룰리는 싱가포르와 홍콩 시중 은행과 패밀리오피스가 암호화폐 직접 투자 및 암호화폐 ETF 투자를 검토하는 등 고소득 자산가 사이의 관심도 목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중개업체들도 자산운용사들이 블록체인, 암호화폐 등 장기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 테마 틈새 상품을 개발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