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은 지난 15일 대형 업그레이드 '머지(Merge)'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합의매커니즘을 작업증명(PoW) 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했다.
이용자 측면에서 체감할 만한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거나 기대했던 가격 상승 경로를 따르진 않았지만, 기술 개선 목표를 향해 첫 걸음 내디뎠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와 기대를 모은다고 21일(현지시간) 로이터가 보도했다.
머지 일정이 공개되면서 이더리움은 6월 저점에서 85%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와 통화긴축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자 이더리움은 머지 이후 일주일 만에 10% 이상, 한 달 만에 20% 넘게 하락했다.
한편, 머지는 주요 과제였던 '환경 문제'를 풀어냈다. 도마에 올랐던 전력 소모량을 99.95% 감소시키면서 ESG를 중시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불편감을 덜어줬다.
자산운용사 IDEG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커스 틸렌은 "전에 국부펀드, 중앙은행 등과 디지털 자산 배분을 논의한 적이 있는데, 전력소모 문제 때문에 직접적인 투자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이더리움의 PoS 전환은 기관 투자 부문에 남아있던 우려를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머지는 이더리움의 발행 속도를 최대 90% 늦추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예치 이자를 통해 투자 매력과 기관 관심은 높아지는데 반대로 공급량은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 동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이더리움 시세 그래프 / 출처 로이터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완성도를 높일 다음 업그레이드를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이다.
약 6개월 후, 거래 비용을 낮추기 위한 '상하이' 업그레이드가 예정돼 있다.
상하이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이더리움 생태계는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 이후 이더리움 검증자는 블록체인에 예치해둔 이더리움을 인출할 수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현재 묶여 있는 자금은 200억 달러에 달한다.
스테이킹(예치) 상태의 이더리움에 대한 낙관적인 장기 전망은 이를 추종하는 코인 'stETH'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6월 0.92 ETH까지 가격 격차가 벌어졌지만 현재는 0.9904 ETH로, 이더리움과 동일한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상하이 이후에도 △서지(Surge, 급증) △버지(Verge, 경계) △퍼지(Purge, 제거) △스플러지(Splurge, 탕진) 등 더 많은 기술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업그레이드 작업은 처리량 향상 등 이더리움이 가진 통점과 한계를 제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폴 브로디 언스트앤영 글로벌 블록체인 총괄은 "이더리움은 하루 수억 건 트랜잭션을 처리할 만큼 확장돼야 하고, 분명 확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 보폭을 넓힌 이더리움이 그 뒤를 쫓던 킬러 블록체인들과의 격차를 벌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벤처캐피털 기업 스트럭크립토의 CEO 애덤 스트럭은 "머지와 향후 진행될 업그레이드가 '이더리움 킬러'로 통하는 블록체인들, 솔라나, 폴카닷 등의 투자 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대형 업그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친 만큼, 부진한 가격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더리움은 여전히 신뢰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거시경제 무게로 이해 투자 경계심이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막 본격화한 규제 작업도 기관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토큰포스트마켓에 따르면 24일 오후 3시 50분 기준 이더리움은 전날 대비 % 한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