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 금 거래량, 트럼프發 관세 불안에 10억 달러 돌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관세 조치로 촉발된 전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토큰화 금 거래량이 2년 만에 10억 달러(약 1조 4,600억 원)를 돌파했다.

이번 주 토큰화 금 주간 거래량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당시에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실버게이트, 시그니처은행이 연달아 문을 닫으며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에 위기감이 커졌던 시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첫 관세 발표를 한 뒤로 PAXG(팩소스 골드) 거래량은 무려 900% 이상 급증했고, XAUT(테더 골드)는 300% 이상, KAU(키네시스 골드)는 8만 3,000% 이상 거래량이 폭증했다.

글로벌 토큰화 금 시장은 올해 2월부터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CEX.i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통 시장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 시장에도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취임 이후 토큰화 금의 시장 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시가총액 증가율은 21%를 넘었고, 거래량은 1,000%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스테이블코인은 시가총액이 8%, 거래량이 285% 늘어난 데 그쳤다. 투자자들이 금과 같은 실물 자산에 기반을 둔 디지털 상품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토큰화 금은 실물 금을 블록체인 상에서 자산화한 형태다. RWA(Real World Asset, 실물 자산 토큰화) 시장에서 주요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으며, 부동산, 예술품 등 여타 실물 자산과 함께 금융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가운데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서 디지털화된 형태로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키워가고 있다.

현물 금 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3월 31일에는 온스당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3,100달러를 돌파했으며, 현재는 3,118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5년 연초 이후 금 가격은 18% 이상 오르며, 같은 기간 12% 이상 하락한 비트코인(BTC)을 크게 앞질렀다. CEX.io의 수석 애널리스트 일리야 오티첸코는 “주요 관세 관련 발언 이후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급격히 높아졌다”며 “이는 금뿐 아니라 토큰화 금 수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티첸코는 “현재 RWA 생태계 수준에서는 토큰화 금이 물리적 금을 대체하긴 어렵다”면서도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이나 스테이블코인 외에 새로운 분산 수단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분산투자 수단으로서 토큰화 금이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관세 조치는 지정학적 무역 갈등을 자극하며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 회피 심리를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및 토큰화 자산으로의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2023년 미국 은행 위기가 불러온 연준의 긴급 대출 프로그램과도 연계된다. 당시 연방준비제도는 자산을 담보로 단기 유동성을 지원하며 금융권 혼란 진화에 나섰고, 이는 나중에 비트코인 강세장의 촉매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