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천연자원 등 유동성이 낮은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 올려 거래·운용하는 '토큰화 시장'이 2030년 16조1000억 달러(2경2150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는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 부(副)의 상당 부분이 비유동성 자산에 갇혀 있다"면서, 토큰화 시장의 미래를 낙관 전망했다.
비유동성 자산은 가격 변동없이 단기간 내 매입이나 처분이 어려운 자산을 말한다. 건물, 토지 같은 부동산, 비상장주식 및 채권, 고가의 미술품, 인프라 사업, 특허권처럼 금액 단위가 크거나 운용 전문가가 적은 자산, 특수집단에 접근성이 제한되는 자산 등이 이에 해당한다.
BCG는 실물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토큰화' 기술이 자산의 비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실물자산과 연결된 토큰을 통해 효율적인 거래와 매매가 가능해지고, 자산 분할을 통한 소액 투자, 배당 및 이자 지급 등도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BCG는 "지난해 토큰화 시장이 23억 달러에 도달했으며, 일거래량이 2020년 300억 달러에서 올해 1519억 달러까지 급증했다"면서도 "토큰화 가능한 비유동성 자산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BCG는 토큰화 시장이 2026년 56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2030년에는 최소 16조1000억원, 최대 68조 달러의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통 금융산업은 업계 혁신을 위한 토큰화 실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달 초 디지털 자산 투자 플랫폼 제로캡은 호주 증권거래소 상장 기업과 함께 토큰화 채권, 증권, 펀드, 탄소배출권 등을 거래하는 개념증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브라질 최대 시중은행 '이타우 유니방코'는 자산 토큰화 플랫폼을 준비 중이며,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해밀턴레인, 글로벌 사모투자사 파트너스 그룹 등도 연내 토큰화 펀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40조 달러의 자산을 수탁·관리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은 "기관이 토큰화 부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내년 분산원장기술(DLT)을 활용한 펀드·사모자산 토큰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BCG는 토큰화 시장 발전 속도는 국가 규제 체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 홍콩, 일본, 유럽연합, 영국,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이 토큰 발행에 관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진=국가별 토큰화 규제 현황 / 출처 BCG 보고서
싱가포르 통화청은 블록체인 기반 자산 토큰화 파일럿 '프로젝트 가디언'에 착수했다. 온체인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토큰화 채권·예금 유동성 풀을 조성하는 등 도매 시장 내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활용 방안을 탐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관련해 제도적 기반을 만들기 위해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4분기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내년부터는 전자 증권법·자본시장법령 개정 등을 통해 규율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을 우선 조성하고, 검증된 증권시장 인프라를 활용해 유통하는 등 점검 단계를 거치면서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