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이 비트코인(BTC)을 외환보유고에 편입하자는 지역 암호화폐 업계의 요구를 다시 한 번 일축했다.
2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SNB) 총재 마틴 슐레겔(Martin Schlegel)은 이날 베른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암호화폐는 현재 우리 외환보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발언은 최근 미국 달러와 유로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비트코인을 대체 자산으로 삼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 시점에서 나왔다.
암호화폐 중개업체 비트코인스위스(Bitcoin Suisse)의 이사 루지우스 마이써(Luzius Meisser)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세계는 다극화 질서로 접어들고 있다며 "이런 전환기에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와 유로의 약세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비트코인을 국가 준비자산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슐레겔 총재는 과거에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3월 그는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삼는 데 반대하며, 비트코인은 안정성, 유동성, 보안 측면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스위스 연방 총리실은 지난해 12월 31일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외환보유고에 포함하도록 헌법에 명시하자는 국민투표 발의 절차에 착수했다. 이 발의안은 국민투표 요건을 충족하려면 10만 명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비트코인 보유에 찬성하는 진영은 최근 베른 주정부가 비트코인 채굴사업 타당성 조사를 의결한 점을 언급하며, 스위스 전역으로 암호화폐 도입 확대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스위스가 전통적인 중립국이자 금융 허브임을 강조하며, 미래 통화 체제 변화 속에서 비트코인이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