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국회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 주최로 열린 '디지털자산기본법안 법안 리뷰' 행사가 그것이다. '법안 리뷰'는 입법안을 최종 확정하기 전, 그 초안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미리 공유하여 검토 의견을 받고, 행사 당일에는 한자리에 모여 심도 있는 토론과 질의응답을 통해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절차이다. 입법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해 보이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간 우리 국회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이번 행사는 현재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기본 틀을 세우는 중차대한 입법을 앞두고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새로운 산업 영역에 대한 법안은 자칫하면 혁신의 싹을 자르거나, 반대로 규제 공백으로 인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이처럼 입법 전 다각도의 '숙의' 과정은 필수적이다.
이날 리뷰에서는 기본법안 초안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디지털자산의 정의 및 유형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 요건, 디지털자산 발행신고서제도 도입, 거래소의 자의적인 상장·폐지 권한을 제한하고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별도의 '상장심사위원회'를 설립하는 등과 관련하여, 법안의 세부적인 조항 하나하나를 놓고 법률, 세무, 기술, 산업, 경제 전문가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대안 제시가 이어졌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의 금융위 인가제도와 관련하여 인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간스테이블코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의 가능성과 건전한 경쟁이 만들어낼 효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었다. 명확한 준비금 규정과 공시제도 등을 기반으로 하는 패스포트형 등록제나,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참고하여 발행규모에 따른 차등 규제 적용 등의 논의가 이어졌다.
이처럼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입법 전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관점을 교차 검증하는 것은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된 리뷰와 토론 내내 민병덕 의원과 의원실 핵심 보좌진들이 자리를 지키며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모습이다. 민 의원은 전문가들의 지적을 경청하는 것은 물론, 현장 참여자들의 질문과 제언에도 성실히 답변하고 때로는 고민을 토로하며 함께 해법을 모색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입법을 추진하는 주체로서 어쩌면 당연한 모습일지 모르나, 안타깝게도 그 '당연함'을 우리 국회에서 목격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오랫동안 한국 국회는 '발의는 과다(過多)하고, 숙의는 과소(過小)하다'는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은 결국 '숙의 민주주의'의 복원, 즉 입법 과정에서의 깊고 넓은 숙고와 토론을 강화하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병덕 의원실의 이번 '법안 리뷰'는 비록 작은 시도일 수 있으나, 우리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보여주기식 간담회가 아닌, 실제 법안 내용에 대한 치열한 검토와 토론을 통해 입법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제 기대는 이 '숙의'의 결과물이 어떻게 반영될지로 향한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가 충실히 녹아든, 보다 완성도 높은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의 최종안을 기다린다. 더 나아가, 이번 사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른 법안들의 입법 과정에도 확산되어, 대한민국 국회가 '숙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