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누로(Nuro)가 새로운 성장 전략과 함께 1억 600만 달러(약 1,526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리즈 E 투자에는 타이거 글로벌 매니지먼트를 비롯해 티로우프라이스, 피델리티, 그레이록 파트너스, XN 등이 참여했다. 특히 일부 전략적 투자자는 향후 파트너십 형태로 공개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누로는 2016년 설립된 이후 자율주행 배송 차량 개발을 선도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술 난관과 수익성 압박 속에서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2021년 시리즈 D 라운드에서 8억 6,000만 달러(약 1조 2,4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이후 인력 감축과 사업 모델 전환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 결과, 하드웨어 중심의 배송 차량 제작에서 벗어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라이선스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누로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쟈쥔 주(Jiajun Zhu)는 “우리는 다년간에 걸쳐 드라이버 없는 레벨4 자율주행 기술을 실도로에 배치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제조사 및 모빌리티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더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력과 산업 내 이해도를 모두 갖춘 누로의 역량을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해 준 점에서 이번 투자의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누로는 누적 22억 달러(약 3조 1,600억 원) 이상을 조달해 왔다. 이번 라운드의 투자는 기존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가 여전히 견고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자율주행 산업 내에서 ‘구현 가능성’ 중심의 사업 모델로 선회한 기업에 대해 시장이 얼마나 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는지 엿보게 한다.
한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은 총 126억 달러(약 18조 1,4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직전 연도인 2023년의 59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완만한 회복세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다만, 이 수치에는 알파벳이 주도한 웨이모(Waymo)의 56억 달러 자금 유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자율주행 기술 시장은 한때 과도한 기대 속에 극심한 침체를 겪었지만, 실현 가능한 기술과 현실적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누로의 전략적 전환이 그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