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데이터센터도 뜯어고친다…'디스어그래게이티드 인프라'가 대세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데이터센터 아키텍처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이전에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가 일체형으로 구성된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HCI)'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각 부문을 분리해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디스어그래게이티드 인프라(Disaggregated Infrastructure)'가 대세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AI 같은 고성능 연산 작업을 뒷받침할 뿐 아니라 자원 효율성까지 크게 개선하기 때문이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의 제품 관리 담당 수석 부사장인 트래비스 비질은 최근 열린 ‘AI 시대에 최적화된 IT 인프라’ 행사에서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단일한 하드웨어 생태계에 의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 다양한 하이퍼바이저 환경을 유연하게 지원하려면 각각의 컴포넌트를 분리한 새로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AI 도입을 염두에 둔 기업들이 전통적인 인프라 방식으로는 충분한 성능 확보도, 비용 효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넘어, 전체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존의 하이퍼컨버지드 시스템은 하드웨어 자원의 활용률이 낮고, 각 요소에 대한 제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디스어그래게이티드는 연산 자원과 스토리지 등을 독립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어, AI 워크로드에 필수적인 고성능 연산 환경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동일한 하드웨어로 더 많은 연산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총소유비용(TCO) 또한 낮출 수 있다.

서버 및 네트워크 제품 총괄 수석 부사장인 아룬쿠마 나라야난 역시 이러한 흐름의 배경에는 ‘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의 노후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구축된 지 10년 이상 됐고, AI를 제대로 운영하기에 공간과 전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맞춰 전력 효율이 높은 신형 서버와 공랭 대비 열 효율이 높은 액냉 기술 등을 접목해야만 공간 절약과 전력 부담 해소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델은 7:1 수준의 서버 통합 비율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히며, 예를 들어 기존 구형 서버 100대를 14~15대 최신 서버로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하드웨어 통합은 AI 연산뿐 아니라 에너지 사용과 냉각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저장 및 보호 체계 역시 AI 환경에 맞춰 지능화되고 있다. 비질 부사장은 “AI가 다루는 대규모 비정형 데이터를 신속하고 안전하게 백업하는 것이 필수 과제”라며, 이를 위해 델의 ‘PowerStore’와 ‘PowerProtect’ 제품군을 통합해 최대 4배 빠른 속도로 백업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이상 탐지 기능까지 결합했다고 전했다. 이는 랜섬웨어와 같은 위협 속도보다 앞서 AI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핵심 기능으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기업들은 대규모 클라우드 이전보다 기존 자산을 활용해 고도화하는 ‘온프레미스 현대화’ 전략에 무게를 실으며, AI 도입이라는 거대한 기술 전환의 핵심 열쇠로 디스어그래게이티드 인프라를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 처리 속도부터 전력 효율, 백업 및 보안 수준까지, 새로운 인프라 패러다임은 엔터프라이즈 IT의 전면적인 재설계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