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南美 스타트업 투자 둔화…핀테크는 여전히 '핫'

라틴 아메리카 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올해 1분기 다소 식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데이터에 따르면, 중남미 전역의 시드부터 그로스 단계까지의 스타트업에 총 8억 달러(약 1조 1,520억 원) 조금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수치이지만, 직전 분기보다 35%가량 감소한 것으로, 특히 후기 단계 거래 감소가 전체 투자 위축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초기 단계 투자에서는 핀테크가 두드러졌다. 전체 초기 단계 투자 중 절반 이상이 금융 서비스 관련 스타트업에 몰렸다. 멕시코시티 기반의 마스터카드 신용카드 플랫폼 플라타(Plata)는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의 기업가치로 1억 6,000만 달러(약 2,300억 원) 규모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칠레 산티아고의 HR 소프트웨어 기업 북(Buk)은 5,000만 달러(약 720억 원), 브라질 출장 경비관리 솔루션 기업 페이트랙(Paytrack)은 4,000만 달러(약 580억 원), 멕시코시티 법인 비용관리 솔루션 제공업체 멘델(Mendel)은 3,500만 달러(약 500억 원)의 시리즈 B 투자를 각각 유치하면서 투자 활황을 이끌었다.

다만 시드 단계 투자는 감소세를 보였다. 크런치베이스는 시드 투자의 특성상 데이터 집계 지연이 잦다는 점을 들어 최종 수치는 다소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눈에 띄는 시드 투자가 있었다. 멕시코의 태양광 발전업체 니코 에너지(Niko Energy)는 800만 달러(약 110억 원), 브라질 B2B 결제 기술 스타트업 네오핀(Neofin)은 600만 달러(약 86억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후기 단계 투자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시리즈 C 단계 이상에서는 2억 8,100만 달러(약 4,040억 원) 규모의 자금만 유입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증가한 수치지만, 지난해 4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래도 일부 대규모 거래는 성사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디지털 은행 유알라(Ualá)는 6,600만 달러(약 950억 원)의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했고, 브라질 상파울루의 기업 건강보험 스타트업 앨리스(Alice)는 2,200만 달러(약 320억 원)의 투자 연장 라운드를 마쳤다. 차량 렌털 플랫폼 투르비(Turbi)는 시리즈 D에서 1,250만 달러(약 180억 원)를 확보했다.

1분기 중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시장도 조용한 흐름을 이어갔다. 브라질 기반 차량관리 애플리케이션 그린고(Gringo)는 케임브리지 글로벌 페이먼츠에 1억 7,200만 달러(약 2,480억 원)에 매각됐다. 이 밖에도 농업 소프트웨어 업체 체크플랜트(Check Plant), 의류 재상거래 플랫폼 보페로(Vopero) 등이 인수되며 소규모 M&A 중심의 거래가 이어졌다.

IPO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벤처 캐피탈의 지원을 받은 라틴 아메리카 스타트업 중 1분기 상장을 완료한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산업계는 올해 후속 분기가 되면서 거래와 엑싯 성과가 개선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때 회복세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