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그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무역 상대국에 광범위한 수입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으나, 이 같은 조치가 과거처럼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를 되찾아올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세계 최대 제조 강국으로, 전체 민간 노동자 중 약 25%가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글로벌 무역자유화가 본격화되면서 많은 산업이 해외로 이동했다. 남아 있는 산업 역시 자동화가 급속히 진전되며 노동 수요는 꾸준히 감소했다. 현재 미국 노동자 중 제조업 종사자는 약 7%에 불과한 상황이다.
관세는 미국 내 생산에 유인을 제공하는 수단이지만, 글로벌 생산비 격차를 고려할 때 완전한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을 기대하긴 어렵다. 아폴로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연간 평균 임금은 약 7만 달러(약 10억 2,200만 원)인데 반해, 중국은 약 1만 3,000달러(약 1,900만 원), 인도는 겨우 2,300달러(약 330만 원)에 그친다. 관세를 감수하고서라도 해외 생산을 지속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노트르담대학교 제임스 비치 학장은 "일부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세우더라도, 그 대부분은 고도로 자동화될 것이기 때문에 고용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저부가가치 산업, 예를 들어 섬유처럼 수작업이 많은 분야는 이미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며, 이를 되살리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 제조업이 쇠퇴 일변도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 무기, 의약,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다. 럿거스대학교 경제학과 파루크 컨트랙터 교수는 "기술력 중심의 하이엔드 제조업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이는 노동 비용보다 설계와 시스템에 가치가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CHIPS 법안을 통해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섰으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유사한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 초점은 전통적인 대량 고용 제조업이 아닌 자동화 기반의 첨단 산업에 맞춰져 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도 중요한 변수다. 미국은 이미 저부가가치 재화 생산보다는 서비스 산업 및 고기술 산업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체제로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전략적으로 일부 산업 육성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20세기 중반식 제조업 부흥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한 시간에 수백 달러 상당의 첨단 부품을 제조하는 기술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같은 시간에 단가 10달러 수준의 의류를 꿰매는 것보다 훨씬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산업구조 전환과 노동시장 변화가 맞물린 미국 경제의 현실 속에서, 제조업의 질적 전환이라는 방향 속에서만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