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대규모 관세가 한국 시각 4월 9일 자정부터 본격 발효된다. 이번 조치는 거의 모든 수입국에 최소 10%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이후 특정 국가에는 한층 더 높은 추가 관세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러한 관세 정국은 미국 경제의 향방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질서 전반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를 앞두고 한국 등 일부 국가와는 관세 인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70개국 이상이 협상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이번 관세가 협상용 카드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며, 실제 일부 국가와의 딜 가능성이 시장의 랠리를 유도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관세가 실제로 얼마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수준에서 관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1년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45%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연구원 짐 리드는 당분간 백악관이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며 세계 시장의 추가 불안을 예고했다.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UBS는 중국산 아이폰16 한 대의 단가가 현재의 $1,119에서 약 $350(약 51만 원)이나 인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 제품에 기존 54%의 관세 외에도 50%의 추가 관세 위협이 가해졌다는 점을 반영한 수치다. 이처럼 소비자 물가는 급등하고 기업들은 원가 부담에 시달리며, 성장률은 오히려 둔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도이체방크는 미국 내 실업률이 올해 말까지 최대 5%까지 치솟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재 4% 초반을 유지하고 있는 고용지표가 속도를 잃는다면 본격적인 경기 침체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물가까지 오르면 가계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며, 이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관세 조치를 선포한 뒤 막판에 변경하거나 취소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법적 소송과 의회의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대통령의 비상권 행사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고, 초당적 상원 의원 7명이 대통령의 관세 부과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미국 경제가 관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주 내 협상의 진전 여부에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무역 정책이 협상의 지렛대가 될지, 글로벌 경기 위축의 뇌관이 될지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