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경제 성장세를 저해하고 물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에 대해 경고에 나섰다. 연준은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동시에 자극하면서 정책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준 인사들은 최근 이어진 일련의 발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수입품 관세 정책이 금융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연준의 이중 목표인 물가 안정과 고용 최대화를 동시에 흔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3%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이 목표로 삼는 2% 수준을 한참 웃도는 수치다.
연준은 통상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선택을 고려하나, 경기 둔화와 실업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운용에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관세 여파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기존 경제 이론과 달리, 연준이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부분의 신규 관세 집행을 90일간 유예하기로 발표했지만, 시장의 동요는 여전하다. 주식과 국채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 속에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 연은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는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였다고 우려를 표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가 오르면서도 경기는 침체하는 이례적 경제 상황으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굴스비 총재는 "가격은 뛰고 고용은 줄며 성장률은 후퇴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정책 매뉴얼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 슈미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물가 안정과 고용 유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인플레이션 대응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 결정 시 인플레이션 위험과 경기 둔화 우려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향하고 있으며, 나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보다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의 잔재를 잡기 위한 조치로, 그간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둔화 효과를 거뒀지만 연준 목표치에는 아직 많이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 변화가 다시금 물가 상승 압력을 촉발할 경우, 통화정책의 방향은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