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유예에 美 증시 반등…금값은 사상 최고치 경신

미국 증시가 한 주간의 변동장을 마무리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11일(현지시간) S&P 500은 1.8% 상승 마감하며 주간 거래를 마무리했고, 나스닥은 2.1%, 다우지수는 1.6% 각각 올랐다. 이는 최근 발표된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일시적 안도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모놀리식 파워 시스템즈(MPWR)였다. 전력 관리 칩 제조사인 이 회사의 주가는 10% 급등하며 S&P 500 종목 중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 부양의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관세 유예' 발표였다. 이 발표 이후 수요일에만 23% 급등했던 MPWR은 목요일에는 일부 낙폭을 보였으나 금요일 다시 크게 반등했다.

금 시장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관세 우려가 맞물리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와 맞물려 세계 최대 금 생산업체인 뉴몬트(NEM) 주가도 7.9% 급등하며 주목을 받았다. 금 관련 종목들의 강세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또 다른 수혜 종목은 헌팅턴 잉걸스(HII)였다. 골드만삭스는 이 회사의 주식등급을 매도에서 매수로 두 단계 상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도 상향했다. 이 같은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새로운 행정명령 덕분이다. 해당 명령은 미국 조선소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유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방위 예산이 자국산 군함 건조를 우선시할 것이란 기대를 키웠다. 이에 따라 HII 주가는 7.4% 급등했다.

반면,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XN)는 이례적인 부진을 보였다. 이날 이 회사 주가는 5.7% 하락하며 S&P 500 내 최약체로 기록됐다. 중국이 미국산 칩에 대해 자국 내 위탁생산을 조건부로 관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 미국 내에서 생산을 유지하는 TXN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게 될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대조적으로, 칩 생산을 TSMC 등 외부 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있는 엔비디아(NVDA)의 주가는 3.1% 상승했다.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 주가도 이날 4% 가까이 상승세를 탔다. 이번 중국 발표로 아웃소싱 중심의 칩 제조 모델이 재조명을 받으며, 관련 종목들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편, 차량용 반도체 및 시스템을 공급하는 앱티브(APTV)는 일시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RBC 캐피털은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해당 종목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고, 그 여파로 주가는 3% 하락했다. 단기 실적에서는 관세 발효 전 선주문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의 투자 축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밖에 물류기업 올드 도미니언 프레이트 라인(ODFL)도 2.9% 하락했다. 제퍼리스가 경기 둔화로 인한 물동량 감소를 이유로 해당 종목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리면서 매도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 운송 섹터 전반에 걸쳐 계절적 평균을 밑도는 물량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증시 전반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미치는 파급력은 여전히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반등은 일정 수준의 정책 예측 가능성이 시장 심리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단서를 남겼다. 이는 향후 수개월간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해석하는 방식의 방향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