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소비자심리지수 4개월째 하락…트럼프 관세에 경기침체 우려 확산

미국의 소비자 심리가 4개월 연속 하락하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연이은 관세 정책과 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소비자 신뢰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50.8로 전달보다 11% 급락했으며, 이는 시장 전망치인 54.6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미시간대 소비자조사 소장인 조앤 쉬는 “향후 경기, 가계 재정, 소득, 고용 그리고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며 “이는 경기 침체 우려를 높이는 징후”라고 밝혔다. 이번 지수 하락은 특정 계층에 국한되지 않고 연령, 소득, 직업, 지역은 물론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전방위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부각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있다. 한 해 앞서 기대하는 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2% 가까이 높아진 6.7%를 기록했다. 이는 1981년 이후 가장 부정적인 소비자 물가 전망이다. 눈에 띄는 점은 실제 최근 소비자 물가지수와 도매 물가 모두 둔화 추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웰스파고의 팀 퀸란과 섀넌 그레인 이코노미스트는 “가격 상승률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광범위하게 퍼진 관세가 오히려 가격 불안을 키웠다”며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민감해진 지금 상황에서는 소폭의 가격 상승에도 체감도가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Fed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일시적인 물가 급등을 가볍게 넘길 수 있지만, 기대치가 크게 변화하면 정책 대응이 복잡해진다. 실제로 전 Fed 의장 벤 버냉키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반복되면서 장기 기대가 덩달아 뛰면 이는 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위기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를 대상으로 예정됐던 신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련의 관세 발표와 번복은 이미 시장 심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갈등은 추가 보복 관세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 긴장을 늦추기 어려운 형국이다.

BMO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제니퍼 리는 “현재 공식 통계에는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아직 전면 반영되지 않았지만, 중앙은행은 느슨한 고삐를 조이기 위해 두 가지 임무를 모두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통제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기대와 함께 침체 압력, 정책 독립성 확보 문제까지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 3중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과 가격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치적 판단에 따른 갑작스러운 관세 변화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불확실성을 야기하며, 소비자 심리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몇 분기 동안 미국 경제는 더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