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전자산이라는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한때 연 4.59%까지 치솟았다. 이번 주에만 50bp(0.5%포인트)가 넘는 급등세이다.
통상적으로 주식 시장이 급락하면 투자자들은 더 안전한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며 국채 수요는 높아지고 금리는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도 국채가 외면받고 있으며, 이는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목했다. 특히 지난 수요일부터 본격 발효된 추가 관세 부과 조치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을 자극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오래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번진 상태다. 실제로 관세 인상은 소비재와 원자재 가격을 자극해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분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관계 악화가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채권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특히 중국 같은 대규모 보유국이 미 국채 시장에서 매도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미국과의 무역갈등 심화가 중국이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과거에도 미 국채는 시장이 위축될 때마다 ‘안전자산’ 역할을 했지만, 이번처럼 금리가 뛰는 상황은 예외적이다. 경제 분석가들은 현재의 금리 흐름이 수요·공급 원칙이 아닌, 정치적 불확실성과 정책 신뢰 이슈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10년물 국채 금리의 급등은 단순한 일시적 혼란이 아닌, 미 정부 정책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평가가 달라졌음을 상징하는 변화일 수 있다.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 대출, 모기지, 기업 자금조달 등 실물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연준의 다음 행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및 외교정책의 변화 여부가 향후 국채 시장의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