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암호화폐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이 가해졌고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간의 투자 수익률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는 11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최근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와 그 배경을 상세하게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발표 이후 비트코인은 $83,500에서 $74,500으로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약 1,500억 달러(약 219조 원) 증발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더욱 큰 충격을 받아 $1,800에서 $1,380까지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400억 달러(약 58조 4,000억 원) 감소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두 자산 모두 자금 유입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으며, 특히 ETH는 자금 유입이 순유출로 전환된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실현 시가총액(Realized Cap) 지표로도 양 자산의 흐름은 갈렸다. 2022년 말 FTX 사태 이후, 비트코인은 약 4,020억 달러에서 최근 8,700억 달러로 2배 이상 급증한 반면, 이더리움은 1,830억 달러에서 2,440억 달러로 32% 성장을 나타내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강세 시장에서 비트코인으로의 집중된 자본 흐름과 ETH에 대한 수요 부족이 주요 요인으로 해석된다.
MVRV 비율(시가와 실현가의 비율)에서도 비트코인의 독주는 두드러졌다. BTC의 투자자들은 ETH 투자자보다 더 높은 평균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ETH는 2024년 3월 기준 MVRV 비율이 다시 1.0 아래로 떨어져 다수의 투자자들이 손실 상태임을 시사한다. 실현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BTC는 ETH보다 812일 연속으로 높은 평균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통계상 최장 기록이다.
특히 ETH/BTC 비율은 2022년 9월 머지(Merge) 이후 계속 하락해 현재 0.0196까지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은 이번 강세 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이더리움에 대한 기대와 자금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장 심리 변화의 시사점으로는, 급락 직후 나타난 실현 손실 역시 주목된다. 일시적으로 비트코인에서만 약 2억4,000만 달러(약 3,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시간이 경과하며 손실 폭은 작아지는 추세다. 이는 단기적인 매도 압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현재 BTC는 $65,000~$71,000 구간에서 강력한 지지선을 재형성 중이며, 이 범위를 하방 이탈할 경우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돼 시장 분위기가 한층 더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93,000은 장기 상승 추세 복귀를 위해 회복돼야 할 핵심 저항선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알트코인 시장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2024년 말 기준 1조 달러 규모였던 알트코인의 전체 시가총액은 현재 5,830억 달러(약 851조 원) 수준으로 크게 쪼그라든 상태다. 이러한 하락세는 유동성 축소와 맞물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글래스노드는 미국의 정책 전반이 변화한 것이 시장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신관세 정책, 재정 지출 축소, 금리 인상 완화, 달러 약세 기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암호화폐처럼 유동성에 민감한 자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다. 이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비트코인은 여전히 방어력을 보이고 있지만, 이더리움을 비롯한 여타 자산군은 상대적으로 무게중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