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RBI)의 특별 외환스와프 제도에 8월 31일까지 1363억7700만달러(약 188조원)의 외화가 유입됐다. 외환보유액과 은행 유동성은 늘었지만 루피화 안정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RBI는 9월 2일 잠정 자료에서 전체 유입액 가운데 외화비거주자예금(FCNR(B))이 1272억2600만달러(약 176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외 외화차입은 52억6000만달러(약 7263억원), 외화표시 상업차입은 38억9100만달러(약 5375억원)였다.
이번 수치는 최종 보고와 회계 처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인도 익스프레스는 RBI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은 유입 규모를 전했다.
이번 조치는 RBI가 6월 8일 도입한 달러·루피 외환스와프 제도를 기반으로 했다. 은행이 3~5년 만기의 신규 FCNR(B) 예금을 유치하면 RBI가 외환 헤지 비용 일부를 부담해 은행의 조달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FCNR(B) 예금은 해외 거주 인도인 등이 달러·유로·파운드 등 외화로 예치하고 만기에 같은 통화로 원금과 이자를 받는 상품이다. 예금자는 루피화 가치 변동을 직접 부담하지 않지만, 은행에는 외화로 상환해야 하는 부채가 된다.
RBI는 당초 FCNR(B) 예금 창구를 9월 30일까지 운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입이 빠르게 늘자 8월 31일 신규 예금 접수를 조기 종료했다.
RBI는 8월 14일 발표에서 조기 종료 이유로 '고무적인 반응'을 들었다. 이미 유치된 예금에 대한 스와프는 9월 11일까지 가능했고, 외화표시 상업차입과 해외 외화차입 관련 제도는 12월 31일까지 유지된다.
외환보유액은 먼저 반응했다. 인도의 외환보유액은 8월 21일 기준 7293억3000만달러(약 1007조원)로 당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루피화는 9월 2일 달러당 94.97루피에 마감했다. 외화 유입 규모에 비해 루피화 강세가 제한된 것은 자금이 외환시장에 직접 공급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FCNR(B) 예금으로 들어온 달러는 은행이 RBI에 넘기고 그 대가로 루피를 받는다. 따라서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즉시 늘어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외환보유액 반영에도 시차가 생길 수 있다. RBI의 현물·선물환 시장 개입이 유입 효과를 상쇄할 수 있고, 은행이 외화 이자 지급분을 헤지하면서 향후 달러 수요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인도 익스프레스는 6월과 7월 약 490억달러(약 67조6000억원)가 유입됐을 때에도 루피화가 6월 4일 대비 0.4% 강해지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외화 유입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과 통화 가치 안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에는 중기 자금과 유동성이 공급됐다. CareEdge Ratings는 FCNR(B) 예금이 은행의 중기 자금을 늘리고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지만 전체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에 그쳐 구조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비용 부담도 남았다. SBI Research는 예금 유치액의 약 15%가 RBI의 헤지 비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으며, 이 수치는 공식 확정치가 아닌 분석기관의 추정이다.
이번 유입액은 2013년 유사 제도의 약 340억달러(약 47조원)를 크게 웃돈다. 단기적으로는 외환보유액과 은행 유동성을 보강하지만, 만기가 집중되면 외화 상환에 따른 달러 유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사례는 해외 교포 자금이 인도의 단기 외환 안전판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외화 예금은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자산인 동시에 만기 상환 의무를 동반한 부채이기도 하다. 최종 유입액과 헤지 비용, 만기별 상환 규모는 후속 자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이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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