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 미국 117대 의회는 35건의 암호화폐·블록체인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특정 주제에 의회의 관심 수준을 보여준다. 관련 법안이 늘어날수록 더욱 포괄적인 규제 환경이 수립될 수 있어 업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 의회에 제출된 암호화폐·블록체인 법안은 ▲암호화폐 규제 ▲블록체인 기술 활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세 가지로 나뉜다.
암호화폐 규제 법안은 증권거래위원회(SE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같은 규제 기관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중점을 둔다. 블록체인과 분산원장기술(DLT) 법안은 다양한 분야에 기술이 적용되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CBDC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같은 기술 혁신,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개발 등을 인식하며 정부의 지속적인 CBDC 연구와 미 달러의 경쟁력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 법안
의회는 암호화폐 규제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여러 차례 암호화폐 규제 방안과 입법 필요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2021년 암호화폐 관련 법안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법안(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H.R.3684)’이다. 과세 신고 대상인 ‘브로커’에 비트코인 채굴자,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공업체 등을 무리하게 포함시킨 조항 때문에 업계에 논란과 우려를 일으켰다. 2021년 8월 상원, 11월 하원을 모두 통과하며 법으로 제정됐지만 문제 조항을 무효화하기 위한 입법 작업과 업계의 정책 로비가 이어지고 있다.
테드 크루즈(Ted Cruz) 상원의원은 인프라 법을 폐지하고 디지털 자산 거래에 새로운 정보·신고 요건을 부과하는 법안(S.3206)을 발의했다.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 패트릭 맥헨리(Patrick McHenry) 의원은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혁신유지법안(H.R.6006)을 내놨다. 해당 법안은 민주당 의원 3명을 포함해 12명의 공동 발의자를 확보하는 등 초당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공동 발의자 중 한 명인 대런 소토(Darren Soto) 하원의원은 별도로 암호화폐과세명확화법안(H.R.5082)과 암호화폐과세개혁법안(H.R.5083)을 제출한 상태다.
소비자안전기술법안(H.R.3723)은 하원의회를 통과하며 진전을 보이고 있다. 해당 법안은 대런 소토 의원이 추진하는 초당적 법안 블록체인혁신법(H.R.3639)과 디지털분류법안(H.R.3638) 일부도 포함하고 있다. 디지털분류법안은 “미국 상무부가 연방거래위원회(FTC) 및 기타 유관 기관과 협의해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 응용 방안, 사기 및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관행을 억제하기 위한 기술 활용 등을 연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1년 하원의회를 통과한 또 다른 법안은 혁신장벽제거법(H.R.1602)이다. 패트릭 맥헨리 의원, 금융기술태스크포스 의장인 스테판 린치(Stephen Lynch) 의원 등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법안은 SEC와 CFTC가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힐 수 있도록 의회에 직접 보고하는 디지털 자산 전문가그룹을 수립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은 상원금융위원회 검토 단계에 있다.
콜로니얼 송유관 해킹 같은 대형 랜섬웨어 사건에 암호화폐가 연루된 것과 관련해서도 두 건의 법안이 나왔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이 발의하고, 하원에서도 나온 랜섬공개법(S.2943&H.R.5501)과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이 제출한 랜섬웨어제재및금지법안(2021, S.2666)이다.
매기 하산(Maggie Hassan) 상원의원은 재무부가 채굴 현황 등 암호화폐 관련 글로벌 경쟁력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S.2864)을 발의했다. 테드 버드(Ted Budd) 하원의원은 암호화폐 테러 정보를 제공한 경우 보상하고, 암호화폐 자금세탁 방지 솔루션 활용을 장려하는 내용의 금융기술보호법(H.R.296)을 재상정했다.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인 돈 베이어(Don Beyer) 하원의원은 디지털자산 시장구조와 투자자 보호 법안(H.R.4741)을 제출했다.
증권명확화법(H.R.4451)은 의회 블록체인 간부회(Congressional Blockchain Caucus) 공동 의장인 톰 에머(Tom Emmer) 의원과 대런 소토 의원이 발의했다. 로 칸나(Ro Khanna) 하원의원도 SEC의 블록체인 토큰 규제 명확화를 지지하며 공동 발의에 나섰다. 워런 데이비슨(Warren Davidson) 의원이 6명의 공동 발의자와 함께 제출한 토큰분류법(2021, H.R.1628)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비슨 의원은 해당 법안을 세 번째 발의하고 있다.
소토 의원은 두 개의 다른 초당적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나는 미국 암호화폐 시장과 규제 경쟁력 법안(2021, H.R.5101)이다. 미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암호화폐소비자보호법(2021, H.R.5100)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가격 조작에 대한 연구하고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암호화폐에 대한 의회 내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의사당 내부 식당, 자판기, 매장 등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하는 결의안(S.CON.RES.18) 내놓기도 했다.
블록체인 기술 법안
브렛 거스리(Brett Guthrie) 하원의원은 블록체인혁신법(H.R.3639)을 발의했다. 상무부 장관이 블록체인 기술 현황과 활용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토드 영(Todd Young) 상원의원과 에드워드 마키(Edward Markey) 상원의원이 제출한 블록체인촉진법(2021, S.1869)은 의회에 블록체인 기술 정의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전문가그룹을 만든다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이다. 도리스 마츠이(Doris Matsui) 하원의원과 브렛 거스리 하원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H.R.3612)을 발의했다.
블록체인기술협력법(2021, H.R.3543)은 미국 상무부 산하에 연방 정부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감독하는 블록체인혁신센터를 설립하자는 법안으로 소토 의원이 발의했다. 에머 의원은 소토 의원과 함께 블록체인규제명확화법(H.R.5045)을 제출했다. 이는 블록체인 개발자와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업체에 라이선스와 등록 면제 조항을 제공하는 블록체인 혁신가 지원 법안이다.
바비 러시(Bobby Rush) 하원의원은 미국 회계감사원장이 저소득층의 스타트업 및 크라우드펀딩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는 흑인및커뮤니티은행구조법안(H.R.154)을 제출했다.
CBDC 법안
프렌치 힐(French Hill) 하원의원은 CBDC연구법(2021, H.R.2211)을 빌 포스터(Bill Foster) 하원의원과 공동 발의했다. 법안은 전 세계 인구 72%와 경제 생산 91%를 지원하는 전 세계 중앙은행 86%가 CBDC를 연구 중이라는 국제결제은행(BIS)의 연구를 토대로 연준에 CBDC 연구 수행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힐 의원은 짐 하임스(Jim Himes) 의원과 21세기달러 법안(H.R.3506)을 내놨다. 법안은 재무부에 연준과 협력해 달러가 주요 글로벌 준비 통화로서 입지를 지킬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빌 하거티(Bill Hagerty) 상원의원은 9명의 공동 발의자와 ‘중국의 공식 디지털 화폐 발행이 국가 보안에 미칠 영향’에 대한 법안(S.2543)을 추진하고 있다.
라시다 틀라입(Rashida Tlaib) 하원의원은 지역사회 자동부양 법안(H.R.1030)을 재상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민에게 매월 지원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법안은 개인이 재무부에서 디지털 달러 계정 월렛을, 연준에서 계정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연준계좌(FedAccounts)와 재무부 이캐시(eCash) 월렛을 개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