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최대 투자은행 JP모건(JP Morgan Chase)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상대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P모건은 미국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 제미니(Gemini)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JP모건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P모건은 지난 4월 코인베이스와 제미니의 은행 계좌 개설을 승인했으며 현재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P모건은 자동청산소(ACH)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 거래소를 이용하는 미국 고객들의 입출금을 처리하게 된다.
그동안 JP모건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서비스 제공을 꺼려왔다. 지난해 8월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코인베이스에 대한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지난 3월 "대형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기업에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조차도 꺼린다"며 "암호화폐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규제 위반 위험성과 규제 준수에 따른 비용 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요 은행은 암호화폐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화폐(CBDC) 개발에 앞장서는 등 기존 금융 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건도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JPM코인'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변화에 대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JPM코인은 자체 개발한 이더리움 기반의 허가형 블록체인 '쿼럼(Quorum)'을 기반으로 한다. 테스트는 기업 간 결제, 채권 거래 등의 처리 속도 개선을 목표로 진행됐다.
나아가 JPM코인은 일반결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될 전망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지난해 초 연례 투자자 행사 질의응답 세션에서 “(JPM코인이) 은행 내부에서 쓸 수 있고, 기업 간에 사용될 수 있다"며 "언젠가는 일반 결제에서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JP모건은 지난 2월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서도 블록체인 기술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적어도 3~5년 안에 블록체인 솔루션이 광범위하게 도입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자산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하나의 자산 유형으로 널리 인정받아 전통 법정통화 시스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JP모건의 움직임은 향후 다른 주요 은행들의 암호화폐 분야 진입을 가속화하게 될 전망이다. 금융권과 암호화폐 산업 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는 은행 내부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JP모건은 블록체인 개발 부서 쿼럼와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개발사 컨센시스(ConsenSys) 간의 합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