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국영은행(SNB)이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가 은행의 가치 안정화 역량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며,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직접적인 마찰을 빚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5일(현지시간) 스위스인포 보도에 따르면, 토머스 조던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연설을 통해 암호화폐에 대한 금융기관 입장을 전달했다.
총재는 발행량과 비례하는 법정화폐 준비고를 보유하여 극심한 가치 변동성 문제를 잡은 스테이블 코인들이 기존 결제 방식과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토머스 조던 총재는 스위스에서 운영되는 스위스 프랑 담보 스테이블코인들은 현재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스위스 프랑으로 가격, 급여, 대출이 산정되는 한, 은행은 화폐 정책을 통해 저축자와 대출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단기적인 가격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화와 연동한 스테이블 코인이 스위스에서 사용될 경우, 은행의 통화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여러 법정화폐 묶음과 가치를 연동하는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거론했다.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는 중앙은행의 직접적인 통제를 벗어난 일종의 대안 통화 시스템으로 규제기관과 전세계 입법자들에게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의회 대표단은 리브라 협회가 등록된 스위스에 방문해, 리브라가 글로벌 통화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스위스 싱크탱크 아브니흐스위스(Avenir Suisse) 또한 연구를 통해 리브라가 스위스 중앙은행 통화 정책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리브라가 법정통화 묶음에 스위스 프랑을 포함하면 수요가 높아진다. 스테이블 코인은 대부분 외화로 구입하게 되기 때문에, 금융 위기 시, 프랑 가치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중앙은행이 이미 프랑이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 정책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던 총재는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버전의 스위스 프랑을 발행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이 아니라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으로 발행이 제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의 기능성과 법정화폐의 안정성을 결합시킨 스테이블 코인의 잠재력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스위스 증권거래소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중앙은행의 스테이블 코인 발행 필요성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근 라이선스를 획득한 시그넘(Sygnum) 은행은 시스템 내 결제 처리에 자체 발행한 프랑 담보 암호화폐를 활용 중이다.
총재는 이러한 암호화폐가 잘 작동하고 실제적인 혜택을 가져올지를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