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이자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이브 메르시(Yves Mersch)는 페이스북의 리브라를 대단히 매력적이지만, 금융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이렌의 노래'라고 평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브 메르시 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은 페이스북의 암호화폐 리브라가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지적했다.
올해 6월 페이스북은 네 개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리브라'를 공개하며, 내년 상반기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 수십억 이용자에게 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집행위원은 리브라 확산 수준과 기반자산 내 유로 포함 정도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의 유로 통제력이 줄어들 수 있으며, 유로 지역 은행의 유동성 상태에 영향을 미쳐 통화정책 전달 매커니즘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단일 화폐로서 유로가 가진 국제적인 위상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메르시 위원은 리브라가 법정화폐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앙화'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이 아니라, 저장소로서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해관계자들이 책임을 지게 되는 리브라의 구성도 크게 우려한다고 전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관리 문제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야기하고, 미국과 유럽 의회 앞에서 이를 해명해야 했던 바로 그 사람들(페이스북)이 내년 상반기 리브라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은 리브라 관련 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유럽 규제당국과 감독당국이 관할권을 행사하고 전 세계와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브 메르시 집행위원은 "유럽인들이 사이렌의 노래(siren call)처럼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페이스북의 약속으로 인해, 안전하고 견실한 기존 결제 솔루션과 채널을 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반대로 마크 카니 영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페이스북의 리브라와 같은 암호화폐가 전 세계 준비통화인 달러를 대체하고 금융 시스템을 재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총재는 "페이스북 리브라와 유사한 형태의 글로벌 디지털 화폐가 더 나은 옵션이 될 수 있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네트워크를 통해 공공부문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합성 패권 통화(SHC, Synthetic Hegemonic currency)’ 개념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