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NTT, 'AI의 물리학' 본격 연구…저전력 칩으로 4K 실시간 분석

일본의 통신 대기업 NTT가 인공지능(AI) 연구에 한층 무게를 실으며, ‘AI의 물리학’을 주제로 한 새로운 기초 연구 그룹을 출범시켰다. NTT 리서치는 연례 기술 컨퍼런스인 ‘업그레이드(Upgrade) 2025’에서 ‘물리 기반 AI 연구 그룹(Physics of Artificial Intelligence Group, 이하 PAI 그룹)’ 설립과 함께 초고화질 영상의 실시간 AI 추론을 지원하는 새로운 저전력 AI 칩도 공개했다.

이번에 신설된 PAI 그룹은 기존의 ‘지능의 물리학(Physics of Intelligence, PHI)’ 연구실에서 파생된 독립 조직으로, AI의 ‘블랙박스’ 같은 의사결정 구조를 물리학과 신경과학, 기계학습을 접목해 설명하고 신뢰성과 안전성을 강화하는 데 목표를 둔다. 이 그룹은 하버드대 뇌과학센터와 협력했던 NTT의 기존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하며, 히데노리 다나카 NTT 리서치 수석 과학자가 이끈다.

다나카 박사는 “AI가 인간과 조화롭게 공존하려면 시스템 설계와 구현 단계에서부터 신뢰성과 윤리를 통합해야 한다”며, “신경과학과 물리학, 기계학습의 교차점에서 AI의 원리를 규명해 보다 자연스러운 지능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창출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PAI 그룹은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 지능 간의 구조적 유사점을 규명하고, AI가 어떻게 학습하고 개념을 정립하며 의사결정을 내리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이는 과거 물리학이 증기기관 개발을 통해 열역학의 법칙을 정립했듯, AI 기술 진화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NTT 리서치의 연구 결과물도 이미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경망 구조 최적화를 위한 가지치기(pruning) 알고리즘은 4년 만에 750회 이상 인용됐고,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로부터 인정받은 편향 제거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이외에도 AI가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을 분석한 논문 등 다수의 성과를 축적해 왔다.

한편 NTT는 초고화질 4K 해상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 처리할 수 있는 AI 추론용 칩도 함께 발표했다. 이 칩은 전력 소모가 수십 와트 수준에 불과해 드론, 보안장치, 에지 디바이스 등 에너지 제약이 있는 장비에서도 고해상도 영상을 압축 없이 즉시 처리할 수 있다.

예컨대 해당 칩이 장착된 드론은 일본 내 드론 비행 허용고도인 150미터 상공에서도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할 수 있으며, 기존 기술로는 30미터 내외에서만 가능했던 실시간 인식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원거리 인프라 점검, 공공안전, 스포츠 중계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Kazu Gomi NTT 리서치 CEO는 “저전력 기반으로 4K 영상까지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이번 칩은 AI 파워 제약의 벽을 넘어서는 획기적 진전”이라며, “데이터 중심 인프라와 엣지 컴퓨팅 확산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칩은 2025 회계연도 중 NTT 이노베이티브 디바이스를 통해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NTT가 주도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프로젝트 ‘IOW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의 핵심 구성요소로 연결된다. 광-무선 융합을 통해 고속∙저지연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현하려는 이 구상은, 에너지 효율성과 확장성의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NTT는 또한 자사의 속성 기반 암호화(Attribute-Based Encryption) 기술과의 접목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 기술은 사용자 권한에 따라 유연하게 데이터를 보호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핵심 보안 기능으로, 의료, 금융, 공공 데이터 관리에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AI가 인간 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현시점에서, 신뢰 기반의 기술 설계와 과학 기반 접근방식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NTT는 이번 연구 그룹 출범과 기술 발표를 통해 기술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