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특히, 생성형 모델과 자연어처리 기반의 대형 언어 모델(LLM)의 확산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시장 구조와 산업 전략을 완전히 바꿔놨다. 하지만 이 기술이 마치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양날의 검’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포필러스(Four Pillar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야기하는 대표적인 위험 요소로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가 꼽히며, 이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의 솔루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포필러스는 이번 리서치에서 AI 산업이 지금까지 가져온 긍정적인 영향에 의문을 제기하기보다는, 발전 속도에 비해 취약하게 구성된 데이터 관리 체계와 그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조명했다. AI 모델은 본질적으로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그 과정에서 민감한 고객 정보와 개인정보가 사용되는 것은 사실상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AI 기업들은 투명한 데이터 활용 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나, 실제 사용자 대부분은 자신이 제공한 정보가 어디에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는 2018년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태와 2023년 ChatGPT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소개됐다. 전자는 수천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선거 캠페인에 활용한 사례이며, 후자는 단순한 시스템 버그가 수많은 사용자들의 대화 기록과 결제 정보를 노출시켰다. 이러한 사례는 AI 기술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개인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이에 대해 포필러스 리서치는 새로운 기술적 접근법으로 ‘블라인드 컴퓨팅(Blind Computing)’을 제시한다. 블라인드 컴퓨팅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완전히 암호화된 상태에서 처리하는 기술로, 연산 과정에서 원천 정보에 접근하지 않으면서도 유효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을 받는 프로젝트는 닐리언(Nillion)으로,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한 분산 컴퓨팅 구조를 통해 데이터가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AI 모델 학습과 추론이 가능하도록 구현하고 있다.
닐리언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술 실험에 그치지 않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AI 산업에 특화된 인프라 계층으로서 인터넷의 ‘블라인드 컴퓨팅 레이어’ 구축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하던 데이터 및 연산 권한을 탈중앙화하고,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 제공과 활용, 보상 메커니즘에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나타냈다.
AI 산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OpenAI가 최근 4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펀딩 라운드를 진행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에 수반하는 윤리 및 보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기술 발전의 이면에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 AI 프라이버시 문제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이슈가 아니라, 글로벌 거버넌스나 국가 안보의 문제로 직결되는 만큼, 더욱 근본적인 기술적 해법이 요구된다.
포필러스는 AI의 폭발적 발전 속도에 인류가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닐리언 같은 탈중앙화 솔루션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라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불을 제어하기 위한 열쇠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술 패러다임 안에서 찾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