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에서 발의된 신규 법안이 비트코인(BTC) 채굴 시설과 인공지능(AI) 모델을 지원하는 데이터 센터들의 과도한 전력 사용에 대해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셸든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과 존 페터먼 상원의원이 주도한 ‘클린 클라우드 법안(Clean Cloud Act)’은 연방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기업들에 이산화탄소톤당 벌금을 부과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IT 전력용량 100킬로와트 이상인 데이터 센터 및 암호화폐 채굴 시설을 대상으로 지역별 전력망의 배출량을 반영한 배출허용기준을 설정하도록 의무화한다. 이 기준은 연간 11%씩 감축돼야 하며, 이를 초과할 경우 톤당 20달러(약 2만 9,200원)의 벌금이 부과되며, 이후 물가상승률에 10달러를 더한 액수로 매년 인상된다.
미 상원 환경공공사업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암호화폐 수요에 따른 전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탄소 배출량도 급증하고 있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채굴과 데이터 센터가 사용하는 전력이 미국 전체 전력소비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별도의 분석을 통해, 데이터 센터 산업에서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25억 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안이 사실상 비트코인 채굴업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에크(VanEck)의 리서치 총괄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서버랙을 희생양 삼는 전략은 실패하게 될 것”이라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클린 클라우드 법안은 트럼프 정부 아래의 암호화폐 및 AI 산업 육성 정책과 충돌할 소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발효했던 AI 안전성 행정명령을 폐기한 바 있으며, 미국을 인공지능과 암호화폐의 ‘세계 수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공언했다.
한편, 대형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이 고성능 컴퓨팅(HPC)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입법의 핵심 맥락이다. 반에크에 따르면 갤럭시(Galaxy), 코어사이언티픽(CoreScientific), 테라울프(Terawulf) 등 주요 채굴 기업들이 AI 모델 운용을 위한 컴퓨팅 성능 제공으로 사업모델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2025년 들어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반감기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된 채굴업체들은 기존 인프라를 재활용해 AI 전산센터 호스팅 서비스를 통한 수익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코인 매트릭스(Coin Metrics)는 “채굴자 수익은 2025년 1분기부터 점차 안정세를 찾고 있으나, 무역 전쟁이 지속될 경우 회복세가 단기에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콘크리트앤글로우파이낸스(Concrete & Glow Finance)의 CEO 니콜라스 로버츠-헌틀리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 블록체인 생태계의 인프라가 직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으며, 이는 단순히 자산 가치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