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여름 출시 예정인 가정용 로봇 '볼리(Ballie)'에 구글(GOOGL)의 대형 언어 모델 '제미니(Gemini)'를 탑재한다. 이로써 양사의 AI 기술 협력은 지난 1월 갤럭시 S24에 제미니를 적용한 것에 이어 한층 강화된 형태로 확대된다.
이번 결정은 스마트폰을 넘어 가정 내에서 자연어 기반 AI 경험을 실현하려는 삼성의 전략적 움직임이다. AI 비서 역할을 담당할 볼리는 농구공 크기이며 바퀴로 작동하면서 집안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사용자는 음성 명령은 물론 바닥에 비춰지는 가상 버튼을 발로 눌러 로봇을 조작할 수 있다. projector 기능도 내장돼 있어 영상 재생은 물론, 적절한 위치를 자동으로 잡아주는 투사 최적화 기능까지 제공된다.
볼리는 단순한 로봇 이상의 기능도 갖췄다. 방문을 열어주는 일 외에도 스마트홈 기기 조작, 일정 관리, 건강 조언 제공 등 다방면에서 활용 가능하다. 특히 제미니 모델을 활용해 구글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웰빙 정보까지 제공 가능한 점이 주목된다. 삼성은 정확히 어떤 제미니 모델이 쓰이는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속도와 효율성을 앞세운 '제미니 2.0 플래시-라이트'가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고급형 모델은 가정용 환경에선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글 클라우드의 토마스 쿠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이 제미니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통합하면서 생성형 AI 적용의 확장성을 시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 역시 자체 개발한 언어 모델도 병행 적용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난 해 발표한 '가우스2(Gauss2)' 시리즈 중 스마트홈 기기용으로 설계된 '가우스2 콤팩트'가 포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삼성의 모델은 멀티모달 처리 능력을 갖췄으며, 최대 14개 언어를 인식한다. 여기에 자체 개발한 토크나이저(tokenizer)를 활용해 다양한 입력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는 언어 모델의 정확도와 응답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지난 수년간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삼성은 이번 볼리 출시로 AI 동반자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칩셋으로는 Exynos 시리즈가 유력한 가운데, 그래픽 처리 유닛을 탑재한 최신형 '엑시노스 2400'이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칩은 이전 세대보다 AI 모델 연산 속도가 14배 이상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삼성과 구글의 이번 협업은 가정 내 AI 기술의 일상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단순 응답형 스피커를 넘어, 시각・음성・행동 등 다양한 입력을 해석하는 실시간 AI 컴패니언의 등장으로 향후 스마트홈 패러다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