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이 고전 명작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를 AI로 재창조해 몰입형 3D 영화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에 나섰다. 1939년 개봉 이후 수십 년간 사랑받아온 이 클래식 작품은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스피어(The Sphere)'의 초대형 LED 디스플레이 기술이 결합되며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본격 진입하려는 구글의 전략적 움직임의 일환이다. 스피어의 운영사인 스피어 엔터테인먼트는 워너브러더스와의 라이선스 계약을 바탕으로 구글과 협력해 원작 영화를 "멀티센서리 체험"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오는 8월 28일 개봉 예정인 이 작품은 관객들이 영화 속 장면을 마치 직접 체험하는 듯한 시각적 몰입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피어는 17,600석 규모의 거대 구형 구조물로, 16K 해상도의 곡면 LED 디스플레이로 감싸져 있어 기존 영화들이 화면 형식에 맞지 않아 상영이 어려운 구조다. 해당 환경에 맞게 '오즈의 마법사'를 맞춤 제작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고난이도 작업이었다. 원작 필름은 오늘날 기준으로는 매우 낮은 해상도의 35mm 테크니컬러 필름으로 촬영됐기 때문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AI 기반연구 디렉터인 스티븐 힉슨은 "허수아비의 코가 단 10픽셀만 잡히는 장면도 있었을 만큼 화질 복원이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은 자체 개발한 AI 모델인 제미니(Gemini), 비오(Veo) 2, 이미지(Imagen) 3를 동원했으며, 장면을 확장(renderer)하는 '퍼포먼스 생성'과 '아웃페인팅(Outpainting)'이라는 새로운 기술도 도입해 콘텐츠의 시각 영역을 넓혔다.
예를 들어, 도로시가 숙모 엠(Aunt Em)과 미스 걸치와 대화하던 장면에서는 원작에 등장하지 않던 헨리 삼촌이 새롭게 추가됐다. AI가 장면의 맥락과 인물을 분석해 보이지 않았던 배경과 인물을 생성한 것이다. 이는 관객이 고개를 돌렸을 때도 영화 속 세계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설계다.
영화의 약 90%가 AI의 손을 거쳐 다시 탄생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구글 클라우드 생성형 AI 엔지니어링 총괄 라비 라자마니에 따르면, AI는 단순히 영상의 화질 개선을 넘어 시각 이외의 감각도 자극하는 기능까지 포함하도록 제작됐다. 다만 기타 몰입형 요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헐리우드 전문 제작진, 오스카 후보에 오른 제인 로젠탈을 비롯한 전문가들과도 협업했다. 몰입형 콘텐츠 전문 기업 마그노퍼스(Magnopus) 역시 파트너로 참여했다. 스피어 CEO 짐 돌런은 "이 작업은 여러 회사에 제안했지만, 구글만이 가능한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도는 구글이 AI를 일상의 창조와 경험 방식에 어떻게 접목할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자, 기술과 스토리텔링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AI 기술의 창조성과 상업적 응용 가능성을 입증한 이번 협업은 향후 XR(확장현실) 기반 콘텐츠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