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포스(CRM)의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의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작성된 APEX 코드 중 20%가 AI 생산성 도구 '에이전트포스(Agentforce)'를 통해 생성됐고, 이를 통해 약 1,000만 줄의 코드가 실제 운영 환경에 배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의 자리는 줄지 않았다. 오히려 코드 작성에서 전략적 판단까지 개발자의 역할이 깊고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제이시 고빈다라잔(Jayesh Govindarajan) 세일즈포스 AI 부문 수석부사장은 “코드의 초안을 AI가 작성하더라도, 최종 결과물은 여전히 인간 개발자의 판단이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코딩에서 벗어나 고객의 요구에 맞춘 문제 해결 방식, 즉 엔지니어에서 ‘기술 파일럿’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AI가 코드 초안을 생성하고 개발자는 이를 수정하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른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는 새로운 개발 방식은 고수준의 지시만 내려도 AI가 생성한 코드로 시작할 수 있는 작업 흐름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명령 대신 방향성과 의도를 전달한 뒤 다시 개발자가 이를 다듬는 구조다. 이 과정은 음악 공동 작업에 비유되곤 한다. AI가 기본 리듬을 만들고, 인간이 멜로디를 설정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동화 흐름에도 AI가 작성한 코드의 품질 보증은 여전히 인간 개발자의 몫이다. 세일즈포스는 이에 대응해 ‘에이전트포스 테스트 센터(Agentforce Testing Center)’를 설립했다. 이는 생성형 AI가 만든 코드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테스트 체계를 표방한다. 고빈다라잔은 “AI는 확률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예외 상황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수”라며, “개발자들은 이제 코드 작성자는 물론 감시자이자 품질 보증자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은 단순한 코드 생성기를 넘어 전체 소프트웨어 개발 생명주기를 압축하고 있다. 기존 코드 기반을 학습해 똑똑하게 확장하고, 자동화된 테스트까지 지원하면서 개발 사이클 자체를 크게 단축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프로토타입 하나를 만드는 데 몇 주가 걸렸다면, 이제는 수 시간 내로 작동 가능한 제품을 갖고 사용자 반응을 받을 수 있다.
고빈다라잔은 “개발자가 제품 설계, 사용성 검토, 리스크 판단에 더 직면하게 되면서 컴퓨터 공학적 사고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좋은 지시를 내리고, AI 결과물을 평가하며, 전반적 방향성을 수립하는 능력은 향후 개발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문제를 분해할 줄 아는 사고력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결국 세일즈포스가 그리는 미래는 ‘개발자 소멸’이 아닌 ‘개발자 진화’에 가깝다. 코드 작성이 하나의 서비스로 전환되며, 개발자는 기술 실행자에서 비즈니스 전략가로 확장되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이를 위해 단순 생성 도구를 넘어 커스터마이징과 품질 검증까지 포함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AI가 코드를 바꾸고, 코드는 개발자의 지형을 새롭게 정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