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지정학 리스크가 재편한 우주 스타트업 투자판…스페이스X도 흔들

우주 기술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겉보기와 달리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금은 지난 2년 간 연간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 이상을 유지하며, 2025년 들어서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전략과 우선순위에는 뚜렷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미국 스타트업 투자사인 스페이스 캐피탈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테크 투자 방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AI 융합 기술, 그리고 공공 시장의 불안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 부과된 관세가 여전히 국제 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중국의 우주 기술 도약과 미사일 개발이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방위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늘고 있다. 유럽 역시 미국과의 전략 축이 느슨해지면서 ‘리아름 유럽(ReArm Europe)’ 프로그램을 통해 약 8700억 달러(약 1252조 8,000억 원) 규모의 방위비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패권 기업인 스페이스X에 대한 투자 분위기도 달라졌다. 세계적인 로켓 발사 횟수와 위성 수송 능력을 자랑하던 스페이스X는 최근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정치적 발언과 행보가 논란을 불러오며 글로벌 계약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올 1분기에는 개별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 투자 유치 사례가 이어졌다. 재사용 로켓을 개발 중인 스톡 스페이스는 2억 6,000만 달러(약 3,744억 원)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총 누적 투자금 4억 3,600만 달러(약 6,278억 원)를 돌파했다. 이 밖에도 지리정보 위성 대여 사업을 하는 로프트 오르비털이 1억 7,000만 달러(약 2,448억 원), K2 스페이스는 인공위성 제조 확대를 위해 1억 1,000만 달러(약 1,584억 원)를 각각 조달했다.

AI와 우주 기술의 결합도 빠르게 진전되는 추세다. 나이앤틱은 게임 부문을 떼어내고, CEO 존 행크(John Hanke) 주도하에 위치정보 기반 AI 스타트업으로 전환했다. 산불 감지를 위한 AI 위성 ‘파이어샛(FireSat)’ 프로젝트는 스타트업 뮤온 스페이스가 추진 중이며, 지난 3월 첫 위성 발사에도 성공했다. 플래닛 랩스는 AI 기업 앤트로픽과 협력해 위성 이미지 분석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공간 데이터 해석 효율성 증대를 꾀하고 있다.

한편, 벤처 투자의 낙관론과는 달리 주식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미 국방 기업인 록히드 마틴을 포함한 주요 우주 및 방위 관련 상장사들은 최근 몇 주간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부 관세 추진 계획이 철회되며 반등 시도는 있었지만,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약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캐피탈은 여전히 장기적 가능성을 갖춘 유망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저조한 IPO 시장 환경 속에서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금융 시장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더라도, 스페이스테크는 AI 기술 접목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한 군수 기술 수요 덕분에 장기 성장 가능성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투자자들이 다음 사이클을 준비하며 새로운 기술 패권 지형을 선점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