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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분석] 중동 전쟁이 흔드는 페트로달러…석유 판 돈, 미국으로 돌아갈까

미국의 안보 보장 시험대에…위안화 결제보다 산유국의 투자처 변화가 핵심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원유 시장을 넘어 달러 질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보호 아래 석유를 수출하고, 그 대금을 달러 자산에 투자해온 걸프 산유국들의 계산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달러를 버릴 가능성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앞으로 벌어들일 돈의 행선지다.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대금을 미국 국채 대신 자국 산업과 방위시설, 다른 나라의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한다면 미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줄어들 수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미국의 자금 조달 여건은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페트로달러 붕괴’라는 전망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변화다.

석유를 팔아 번 달러가 미국의 자금줄로

페트로달러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해 벌어들인 달러를 뜻한다. 원유 수입국이 달러로 대금을 지급하고, 산유국이 그 돈의 일부를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흐름이 핵심이다.

이 구조는 원유 거래에 필요한 달러 수요를 만들었다. 동시에 미국 은행과 국채, 주식시장에 자금을 공급했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들어오는 돈을 바탕으로 재정과 기업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미국과 걸프 국가들의 안보 협력은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 요인이다. 도이체방크 연구를 토대로 작성된 SUERF 정책보고서는 미국의 안보 지원과 산유국의 달러 거래·투자가 서로 맞물리며 달러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해왔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를 ‘미국이 보호해주는 대가로 모든 산유국이 달러만 써야 하는 계약’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다. 국가별 안보 관계와 투자 정책은 다르고, 원유 수출대금이 전부 미국 국채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달러의 힘은 석유 거래에만 있지 않다. 대규모 자금을 쉽게 투자하고 회수할 수 있는 미국 금융시장, 국제 은행 거래와 무역 금융도 달러 수요를 지탱한다. 연준은 미국 경제의 규모와 금융시장의 유동성, 개방성, 재산권 보호 등을 달러의 주요 기반으로 설명한다.

안보가 불안해지면 돈의 행선지도 달라진다

전쟁은 미국의 안보 지원이 산유국에 얼마나 실질적인 보호를 제공하는지 시험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유조선 공격이 다시 늘어나면서 회복되던 원유 수송에도 차질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해상 보호가 원유 운송을 돕고 있지만, 공격 위험까지 없애지는 못하고 있다.

산유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군사 협력만으로 석유 시설과 수출 항로를 지킬 수 있는지 따져볼 수밖에 없다. 자체 방위 능력을 키우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며, 중국 등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안보 불안이 곧바로 달러 포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거래 통화와 투자 자산을 나눠 갖는 선택이 더 현실적이다.

이 과정에서는 결제 통화뿐 아니라 투자 여력도 중요하다. 산유국이 방위비와 국내 시설 투자에 더 많은 돈을 쓰면 해외 금융자산에 넣을 수 있는 자금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달러로 석유를 팔더라도 그 돈이 예전만큼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위안화로 금을 살 수 있지만 ‘금 태환’은 아니다

중국은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왔다.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소는 2018년 3월 위안화로 거래하는 원유 선물을 도입했다. 해외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다.

산유국은 중국과의 거래에서 받은 위안화로 중국산 상품을 사거나 금융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금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상하이금거래소 국제판에는 해외 기관의 참여와 자유무역구 내 실물 금 인도·재수출을 위한 체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것이 위안화를 일정한 비율로 금과 바꿔주는 제도라는 뜻은 아니다. 원유를 팔아 위안화를 받는 거래와 그 위안화로 금을 사는 거래는 별개다. 금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실물 인도와 반출에는 관련 규정이 적용된다.

달러로 받은 수출대금으로도 금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위안화 원유 선물과 금 거래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달러를 대체할 통화 체제가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안화가 달러의 역할을 더 많이 가져오려면 산유국들이 거액을 장기간 보관할 만한 투자처가 필요하다. 필요할 때 자금을 회수하고 다른 통화로 바꿀 수 있다는 신뢰도 있어야 한다. 중국의 금융 규제와 자본 이동에 대한 제약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걸림돌이다.

금은 제재 위험을 줄이지만 달러의 모든 기능을 대신하지 못한다

금의 장점은 어느 나라의 상환 약속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채는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지만, 실물 금 자체는 다른 주체의 채무가 아니다.

외환보유액에도 정치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러시아 사례에서 드러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사용을 제한했다. 미 재무부는 2022년 조치로 미국 내 또는 미국인이 보유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사실상 동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조치는 일부 국가가 외국 금융기관에 맡긴 자산과 직접 보유한 실물 자산의 차이를 다시 따져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에도 한계가 있다. 가격이 움직이고 이자가 나오지 않는다. 보관과 운송 비용도 든다. 해외에 맡기거나 금융상품으로 보유하면 수탁기관과 해당 국가의 법·제도에 영향을 받는다.

금은 외환보유액을 분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역대금 결제와 기업 대출, 국제 금융거래까지 한꺼번에 대신하기는 어렵다.

달러 비중 하락, 대규모 매도와는 구분해야

현재 통계에서는 달러의 급격한 이탈보다 보유 자산의 분산이 확인된다.

IMF가 지난 9월 3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은 56.70%로, 전 분기의 57.18%보다 낮아졌다. 위안화 비중은 같은 기간 1.98%에서 2.11%로 높아졌다. 달러 비중이 줄고 있지만 두 통화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달러 자산 잔액은 대체로 유지됐다. 유로화 등 다른 통화 자산이 늘면서 달러 비중이 낮아진 것이다. 비중 하락을 곧바로 달러 자산의 대규모 매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 통계에는 금도 포함되지 않는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원유 거래에서 비달러 결제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산유국의 신규 투자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수요가 실제로 줄어드는지다. 정치적 발언이나 일부 거래 사례보다 자금 이동의 규모가 중요하다.

달러가 버텨도 미국의 돈값은 오를 수 있다

페트로달러의 변화가 금융시장에 영향을 주려면 달러가 기축통화 자리에서 밀려날 필요는 없다.

산유국이 새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 국채에 덜 투자한다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미국의 자금 조달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줄어든 수요를 다른 투자자가 채워주지 않으면 더 높은 금리로 자금을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채금리는 산유국의 투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와 경기, 연준 정책, 미국 내 투자자의 수요가 함께 작용한다. 전쟁이 금융 불안을 키우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달러와 미국 국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날 수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도 탈달러화 전망을 곧바로 상승 재료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위기 초기에는 위험자산 매도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을 통해 달러 사용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연준도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기준 통화라는 점을 지적했다. 결제 기술이 바뀐다고 사용 통화까지 반드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중동 전쟁이 던지는 금융시장의 질문은 결국 하나다. 산유국들이 석유를 팔아 번 돈을 앞으로도 지금처럼 미국에 투자할 것이냐는 것이다.

달러는 여전히 국제 금융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그 지위가 유지된다고 해서 미국으로 돈이 계속 같은 속도로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페트로달러의 변화는 달러의 퇴장보다 미국이 돈을 빌리는 조건에서 먼저 드러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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