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 투자 및 리서치 기업 a16z크립토(a16z crypt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지급결제 인프라의 비효율성과 높은 거래 수수료 문제를 지적하며, 스테이블코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16z crypto의 크리스 딕슨(Chris Dixon)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늘날의 금융 시스템이 '인터넷 시대'에 걸맞지 않은 중앙집중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많은 중개자들이 거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제 송금 수수료는 평균 6.62%에 달하며, 일부 경로에서는 10% 이상으로 치솟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콜롬비아로 200달러를 송금할 경우 전통 방식에선 12.13달러의 수수료가 발생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단 0.01달러로 가능하다. 특히 기업 간 거래(B2B)에서는 멕시코에서 베트남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데 최대 7일, 그리고 1000달러당 최대 150달러의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최소 5개의 중간 기관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a16z crypto의 샘 브로너(Sam Broner)는 이와 같은 구조가 저마진 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식료품점처럼 수익 여유가 작은 산업에서는 1.5%의 수수료 절감만으로도 순이익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에서 운영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국경 간 결제는 물론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결제, 마이크로 지불, 그리고 정부 지출의 투명한 추적까지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금융의 WhatsApp 모멘트’에 비유된다. 딕슨은 보고서를 통해 마치 SMS에서 메신저로의 전환이 통신 요금을 혁신했듯,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을 개방적이고 실시간이며 국경 없는 형태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한 스페이스X(SpaceX), 스케일AI(ScaleAI), 스트라이프(Stripe) 등의 기업들이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자금 운용 또는 글로벌 급여 지급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가능성 수준이 아닌 현실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Stripe는 암호화폐 결제에 대해 기존 카드사의 절반 수준인 1.5%의 수수료를 책정하며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러한 기술이 완전한 주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a16z crypto는 보고서에서 현재 미국 의회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준비 중이며, 이는 암호화폐 기술이 전통 금융 시스템과 적극적으로 통합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마트한 규제가 적용될 경우,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자산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a16z crypto는 블록체인과 스테이블코인의 결합을 “인터넷의 진짜 금융 계층”이라 표현하며, 민간 기업의 역동성과 공개 네트워크의 중립성을 융합한 새로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마치 고속도로가 공공의 기반시설로 작동하면서도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그 위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하듯, 오픈된 블록체인 위에 구축된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금융 인프라는 규제가 뒷받침될 경우, 전통 금융 인프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