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확산 방지에 따른 경제제재를 받아왔던 이란이 머지않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나이지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CBDC 상용화가 시작되고 미국과 프랑스, 우리나라 등 선진국에서 도입을 염두에 둔 연구 및 실험이 진행되는 만큼 전 세계에 걸친 추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22년 2월 14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CBDC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적‧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 줄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국가 부패에 대해서도 CBDC가 잠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은 사회 전반에 걸친 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다. 부패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 중에는 고위직 판사를 비롯해 의회 의장 등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전 세계 국가의 부패 정도를 평가하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의 2021년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의 부패 인식 지수(CPI)는 100점 만점에 25점으로 180여 개국 중 150위권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는 62점으로 32위에 속해있으며 세계 평균 점수는 43점이다.
이란은 일찍이 CBDC를 준비해온 국가 중 하나이다. 이미 2018년에 이란 중앙은행(CBI)은 CBDC 구축을 지시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월 메흐란 모하라미안(Mehran Moharamian) CBI 정보기술부총재는 정확한 일정은 밝히지 않았지만 CBDC 개발이 곧 시작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란의 암호화폐 거래소인 EXIR(Exchange Iran)의 에산 가자데(Ehsan Ghazizadeh) CEO는 “이란 중앙은행의 CBDC 관련 구체적인 기술 자료가 없다”며 “이란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금까지 CBDC와 관련된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한 바 없으며, 어떤 목적으로 CBDC를 도입할 지도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이라면 CBDC 테스트를 위한 파일럿 진행까지 못해도 1년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비트코인(BTC) 채굴을 가장 먼저 합법화한 이란은 친 암호화폐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선 경제제재로 인한 고립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란은 CBDC 발행을 통해 다시 한번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를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CBDC 발행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전 세계 상당수 국가에서 CBDC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외교적으로 다소 고립된 국가일수록 CBDC 발행 속도가 빠르기도 하다.
실제로 전 세계 CBDC 연구 상황을 종합해 분석하는 ‘아틀랜틱 카운실(Atlantic Council) CBDC 트래커’의 2021년 12월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89개 나라에서 CBDC를 발행했거나 발행을 위한 파일럿,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CBDC 발행을 시작한 나이지리아와 바하마, 동카리브해 연합의 7개 국가가 있으며 파일럿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싱가포르 등이 있다. 러시아와 호주, 인도,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 등에선 CBDC를 위한 개발을 진행 중이고, 미국을 포함한 40여 개 국가는 CBDC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