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렌(Elizabeth Warren)이 법무부에 암호화폐 수사 전담팀 해체 결정을 철회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암호화폐 행보와 맞물려 미 정부의 사법 기능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와도 연결된다.
워렌 의원을 비롯한 6명의 민주당 상원의원은 4월 10일 토드 블랑쉬(Todd Blanche) 법무부 부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국가암호화폐단속팀(National Cryptocurrency Enforcement Team·NCET)의 해체는 제재 회피, 불법 약물 유통, 사기, 아동 성착취 등 중범죄를 조장할 심각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서한에는 워렌 의원 외에도 리처드 더빈(Richard Durbin), 마지 히로노(Mazie Hirono), 셸든 화이트하우스(Sheldon Whitehouse), 크리스토퍼 쿤스(Christopher Coons), 리처드 블루멘털(Richard Blumenthal) 의원이 동참했다.
블랑쉬 부장관은 지난 4월 7일 메모를 통해 암호화폐 수사 전담팀 해산을 공식 발표하며 "법무부는 디지털 자산의 규제기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상원의원들은 디지털 자산 범죄자에게 사실상 면책을 준 것이라며,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를 대표적인 사이버범죄 수단으로 지목했다. 믹싱 서비스는 블록체인 거래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어 자금세탁 및 범죄 은닉에 자주 활용되는 기술이다.
의원들은 "법무부가 이러한 범죄에 사용되는 기술에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은행비밀법(Bank Secrecy Act) 위반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자산 범죄를 왜 기소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가 디지털 자산 산업에 구조적 취약성을 만들고, 이는 마약 밀매 조직, 테러 단체, 사기범 등 악의적 세력에게 악용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원들은 5월 1일까지 이 결정의 배경에 대해 법무부가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이번 서한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이 주도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에도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인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이라는 채굴 회사를 설립 중이며, 트럼프 일가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플랫폼 및 그 토큰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스테이블코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무부의 행동과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암호화폐 사업 간 "잠재적인 이해 상충"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암호화폐 판매를 위해 법집행의 감독 강도를 낮추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블랑쉬 부장관은 전담팀 해체 발표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법무부를 동원해 “기소를 통한 무리한 규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법무부의 암호화폐 수사 기조 변경은 단순한 정책적 선택이 아니라, 친암호화폐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와도 연결돼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