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암호화폐 기업에 정보공개 지침… 기술·운영 전반 투명성 요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기업을 대상으로 연방 증권법 적용에 대한 실무 차원의 지침을 제공하며 보다 명확한 사업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10일(현지시간) SEC 산하 기업금융국(Division of Corporation Finance)은 공식 성명을 통해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연방 증권법 적용과 관련한 시장 참여자들의 질문에 대해 내부 관찰과 해석을 바탕으로 안내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수준임을 전제로, 단순한 형식적 요건을 넘어 실질적인 정보 제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성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그동안 사업 모델, 발행 토큰의 구조, 수익 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은 제공해왔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네트워크 및 애플리케이션 출시 후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탈퇴 여부, 후속 운영 주체의 존재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적 구조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요구된다. 해당 블록체인이 작업증명(PoW)인지 지분증명(PoS)인지, 블록 크기, 초당 트랜잭션 처리속도(TPS), 보상 구조, 보안 체계, 오픈소스 여부 등 핵심 기술 사양을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암호화폐는 등록 요건이나 자격 검증 기준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하면서도, 어떤 자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상업소송 전문 변호사 조 칼라사레(Joe Carlasare)는 "이번 발표는 규제 명확성을 향한 반가운 조치"라고 평가하며, “기업들이 이번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규제 환경에서 더 우호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고, 동시에 투명성과 신뢰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C는 아울러 기업들이 가격 변동성, 네트워크 및 사이버 보안 취약성, 커스터디 위험 등 단순 경영 리스크 외의 기술적 리스크도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익배당, 수익분배, 의결권 등 투자자 권리에 대한 전반적 메커니즘을 포함한 ‘상당히 완전한 설명(materially complete description)’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토큰 발행 기술의 수정 가능 여부, 누구에 의해 수정이 가능한지, 스마트컨트랙트에 대한 제3자 보안 감사 여부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토큰 공급량의 고정 여부, 발행 방식과 일정, 주요 인력이나 간부 명단 또한 명시해야 하는 항목이다.

한편 이번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에 따라 적극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SEC의 암호화폐 태스크포스 활동과도 맞물려 있다. 성명은 향후 암호화폐 거래, 커스터디, 토큰화, 디파이(DeFi) 등을 주제로 산업계와의 라운드테이블을 여럿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규제체계 정비를 지시한 가운데, 이번 실무 지침이 향후 디지털 자산 규제 재편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