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폴 앳킨스(Paul Atkins)를 증권거래위원회(SEC) 신임 위원장으로 공식 인준하면서, SEC의 암호화폐 정책 기조 변화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진행된 상원 표결에서 앳킨스는 찬성 52표, 반대 44표로 인준을 통과했으며, 지난 12월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지명한 지 약 4개월 만에 절차가 마무리됐다.
SEC는 공식 성명을 통해 “폴 앳킨스는 이미 위원으로 재임한 경험이 있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사명과 공공 투자자 보호를 함께 이끌 적합한 인물”이라고 밝혀 기관 내부 신뢰도 확보에 나섰다.
팀 스콧(Tim Scott)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은 앳킨스의 인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친암호화폐 기조를 반영하는 결정이며, 그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규제들을 철회하고 시장에 명확성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시 Cynthia Lummis 상원의원 역시 앳킨스가 디지털 자산 정책 정립에 있어 합리적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앳킨스는 지난해 1월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전 위원장의 사퇴 이후 직무대리를 맡아온 마크 우예다(Mark Uyeda)의 뒤를 이어 공식 위원장직을 맡게 된다. 우예다 체제에서 SEC는 다수의 암호화폐 기반 기업에 대한 조사 중단, '암호화폐 전담 태스크포스' 출범, 과도한 규제 조항 철회 등 완화적 기조를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앳킨스는 지난달 상원 청문회 당시 밝힌 내용을 통해, 디지털 자산 규제체계 수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시스템의 모호함이 시장 혼란과 혁신 정체를 불러온다며 “투자자 보호와 기술 혁신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규제 체계 정비를 위해 의회 및 SEC 내 위원들과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앳킨스는 2002년부터 2008년까지 SEC 위원을 역임했으며, 이후 2009년 창립한 컨설팅 기업 ‘파토막 글로벌 파트너스(Patomak Global Partners)’를 통해 전통 금융기관과 암호화폐 거래소, 디파이(DeFi) 플랫폼 등을 자문해온 인물이다. 특히 2017년부터는 ‘토큰 얼라이언스(Token Alliance)’ 공동의장을 맡아 암호화폐 친화 정책을 촉진해온 전력이 있어, 시장에서는 그의 취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인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간 강조해온 암호화폐 산업 지원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지난주에도 디지털 자산의 국가 차원의 역할 정립을 위해 전담 위원회 구성을 공식 지시했으며, 연방 예산안에서는 암호화폐 준비금과 관련한 연구 항목도 포함시켰다. 앳킨스의 취임은 이런 행정부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이며,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은 한층 더 명확한 규제 환경 속에서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