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정공방 과정에서 텔레그램 암호화폐공개(ICO)에 참여한 유명 인사의 명단이 일부 공개됐다.
텔레그램의 프라이빗 세일에는 애플의 공동창업자 故 스티브 잡스의 아내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 해외 유명 축구 구단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ramovich) 구단주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투자자들의 이름과 투자 금액은 오레곤 대학의 스테픈 맥컨 교수가 쓴 보고서에 포함돼 있었다. 맥컨 교수는 텔레그램 측의 의뢰로 텔레그램의 TON 블록체인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 참여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금지했지만, 텔레그램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정공방 과정에서 해당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앞서 텔레그램은 자체 블록체인 '텔레그램 오픈 네트워크(TON)'의 개발 자금 조달을 위해 지난 2017년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프라이빗 세일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17억 달러(약 2조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프리세일은 200명 미만의 신원확인을 거친 기관 투자자와 고소득 거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프리세일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한 텔레그램은 이후 퍼블릭 세일은 진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텔레그램의 프라이빗 ICO에 참여한 거액 투자자 중 한 명인 로렌 파월 잡스는 세계 시가총액 1위 IT기업 애플의 창업주 故 스티브 잡스의 아내다. 월트 디즈니의 주식 8% 상당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그녀는 지난 2011년 사망한 스티브 잡스가 남긴 유산 200억 달러(약 24조 800억원)를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의 텔레그램 ICO 투자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텔레그램 프라이빗 ICO 투자 참여조건이 500만 달러(약 60억원) 이상이라는 것에 비춰볼 때, 그녀는 최소 60억원 이상의 금액을 텔레그램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 ICO에 참여한 또 한 명의 거물 투자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석유 재벌이자 세계 유명 축구 구단 첼시의 구단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5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으며, 2012년에는 121억 달러의 자산으로 포브스가 발표한 러시아 부호 순위 9위, 세계 부호 순위 68위에 올랐다.
그는 맥컨 교수의 보고서 목록에 기재된 노마 투자 유한회사(Norma Investments Limited)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첼시 구단주로는 지난 2003년 취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만 구단주는 텔레그램 프라이빗 2차 세일에서 1천만 달러(약 120억원)를 투자했다.
자금조달을 일찌감치 마친 텔레그램은 당초 지난해 10월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시 직전 미 SEC는 텔레그램 토큰이 증권으로 분류됨에도 자금조달 절차를 당국에 허가받지 않았다며 법원에 토큰 발행 긴급 금지 가처분 명령을 신청했다. 이후 텔레그램을 고소하며 지난달 19일 첫 공판이 열렸다.
텔레그램 측은 자사가 발행한 토큰이 증권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또 투자자들에 4월 30일까지 출시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4월 30일은 텔레그램과 SEC의 공방에 대한 판결이 이뤄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