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기조 변화가 아시아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EC가 업계와의 협력적 접근을 강화하면서, 아시아 각국의 제도 정비와 투자 환경에도 뚜렷한 전환점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내 규제 명확성이 높아지고 산업 육성 기조가 강화되면서, 그 영향력이 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SEC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게리 겐슬러 전 의장 체제 하에서 ‘규제 집행 중심’ 접근을 고수해왔다. 리플(XRP), 코인베이스(Coinbase), 바이낸스(Binance) 등 주요 기업에 대한 소송과 제재가 이어지면서, 미국 내 암호화폐 기업들은 불확실성과 규제 리스크에 직면했다. 그러나 2025년 마크 우에다 대행 체제 출범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SEC는 기존의 일방적인 규제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 업계와의 소통 강화를 위한 암호화폐 태스크포스 신설, SAB 121 회계 기준 철회 등 다각적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변화는 타이거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 리테일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투자 활동은 자국 규제 체계 하에 이뤄지고 있지만, 투자 내러티브와 기대는 미국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이후 친 암호화폐 정책이 본격화되자, 미국 기반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으며, 아시아 리테일 투자자 역시 ‘미국발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벤처캐피털 생태계 역시 구조적 재편이 예상된다. 과거 강경 기조 아래 위축되고 해외로 이탈하던 VC 자금은 미국 시장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갤럭시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4분기까지 미국 기반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46.2%에 달했으며, 최근 트렌드에서는 이러한 비중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a16z는 영국 진출을 철회하고 다시 미국 중심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으며, 향후 AI 및 암호화폐 관련 분야에 총 200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번 SEC의 정책 전환은 단지 미국 국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타이거리서치는 리포트에서 미국의 규제 움직임이 아시아 각국 규제기관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2024년 초 비트코인(BTC) ETF 승인 사례에서도 드러났으며, 홍콩과 일본, 한국 등은 미국 사례를 기반으로 자국 제도 정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나섰고, 한국은 올해부터 비영리법인의 암호화폐 보유와 거래를 허용하면서 제도적 문을 열고 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도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이다.
향후 미국은 앳킨스 SEC 위원장 공식 취임을 계기로 좀 더 명확한 암호화폐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암호화폐 차르’ 데이비드 삭스 등의 정책적 지원 아래, 미국은 규제를 산업 성장의 기반으로 전환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전환은 전 세계 자본 흐름과 기술 혁신 방향성에 긴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
아시아 시장도 이 같은 글로벌 기조에 기민하게 대응 중이다. 타이거리서치는 보고서 말미에서 규제 명확화와 산업 수용이라는 두 축을 통해 아시아가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으며, 미국 중심 흐름 속에서도 역내 균형을 유지하려는 정책적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미국의 정책 변화와 아시아의 제도 정비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글로벌질서를 구축하는 전환기에 진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