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산업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금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하락장을 맞아 가치가 떨어진 프로젝트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기업들의 인수합병 움직임을 두고 다음 상승장을 대비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대체불가토큰(NFT) 산업의 M&A가 증가하면서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 하락장에도 M&A 열풍은 계속...상반기에만 63건
26일(현지시간) 코인98의 둑 딘 연구원이 작성한 '2022년 상반기 암호화폐 M&A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암호화폐 관련 M&A는 63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전체보다 많은 수치다.
보고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가진 재정적 잠재력이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실제로 M&A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17건을 시작으로 2019년 27건, 2020년 3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60건을 기록하며 1년 새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 = 2018~2022년 전체 M&A 건수 / COIN98 Insight
전체 M&A 중 NFT 분야가 14건(22.2%)으로 가장 많았다. 중앙화거래소(CEX), 게임파이(GameFi)가 11건(17.5%)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M&A를 기록한 곳은 암호화폐 게임 유통 및 투자사 애니모카브랜즈(Anumoca Brands)였다. 올해 상반기에만 5곳의 회사를 인수했다. 미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4건의 인수를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 독보적인 FTX...하락장 맞아 기업 인수 가속화
암호화폐 거래소 중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인 곳은 FTX다. 올해 상반기에만 ▲임베드 파이낸셜(종합 증권 플랫폼) ▲비트코(캐나다 암호화폐 거래소) ▲리퀴드(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등 3곳을 인수했다.
보고서는 "FTX가 미국의 주식 시장, 캐나다와 일본의 암호화폐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FTX는 셀시우스, 쓰리애로우캐피탈(3AC) 사태로 유동성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의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달 2일(현지시각) FTX는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를 최대 2억4000만달러(약 3115억원) 내에서 인수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FTX의 블록파이 인수는 2023년 가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6일에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보이저디지털에게 인수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도 추진 중이다. 이달 26일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 비덴트는 "FTX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셀시우스, 쓰리애로우캐피탈(3AC) 파산 사태 이후 FTX 는 더 많은 고객 기반과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드러내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인수 건수를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 NFT·GameFi도 인수합병 증가세... "산업 성숙의 증거"
게임파이와 NFT 분야에서도 25건의 M&A가 진행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5~6월에도 NFT 프로젝트 M&A는 오히려 늘어났다.
사진 = 2022년 게임파이 & NFT 분야 M&A 현황 / COIN98 Insight
보고서는 "시장이 하락하면서 프로젝트의 가치가 낮아짐에 따라 더 많은 인수가 발표됐다"며 "지금 같은 하락장은 대기업이 프로젝트를 더 빨리 개발하기 위해 소규모 팀을 확보하기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NFT 분야에서 가장 많은 M&A를 진행한 기업은 애니모카브랜드다. 6개월 동안 ▲타이니탭 ▲노트르게임 ▲데어와이즈 ▲에덴게임즈 ▲그리스몽키 등 5개 기업을 인수했다.
탈중앙화거래소(DEX)인 유니스왑의 경우 NFT 마켓플레이스 애그리게이터 스타트업인 지니(Genie)를 인수하며 NFT 진출을 본격화했다. 보고서는 "DEX가 NFT 시장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DEX 개발자를 위한 새로운 트렌드가 시작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장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던 건 '지루한원숭이 요트클럽(BAYC)'의 개발사 유가랩스의 '크립토펑크'와 '미비츠' 인수였다. 당시 거래량 기준 1위와 2위 NFT 프로젝트가 몸집을 합쳤다는 점에서 시장에 큰 파장을 줬다.
한편 M&A 사례가 증가하는 것이 NFT 산업의 성숙을 나타낸다는 주장도 담겼다. 보고서는 "산업의 초기 단계에선 펀딩과 제품 출시가 대부분"이라며 "M&A의 강도와 건수가 증가할수록 해당 산업이 성숙기에 접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암호화폐 하락장에도 일부 암호화폐 기업들이 강력한 재정을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FTX, 바이낸스, 애니모카브랜드, 오픈씨, 유니스왑, 유가랩스 등은 가까운 시일 안에 주목해야 할 이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