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시장 ‘비상등’…트럼프 관세發 혼란에 외국인도 이탈 조짐

최근 미 국채 시장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통상적인 ‘주식 하락-채권 상승’ 상관관계마저 깨지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조치가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전망을 불러왔고, 외국인 투자자마저 미국 국채 매도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가별 고율 관세 도입을 90일간 유예했지만, 여전히 대부분 국가에 대해 10%의 일괄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는 오히려 강화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수입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새뮤얼 톰브스는 “단기적 가격 상승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연쇄적 물가 상승이 구조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연준의 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슈왑센터의 채권 전략가 콜린 마틴은 “연준은 아직 어떤 조치도 서두를 상황이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미채권 이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역설적으로 외국 정부의 달러 축적 여력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이는 곧 미 국채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BMO 캐피털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살 구아티에리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달러 유입이 줄고, 이는 국채 매입 여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요 채권 보유국인 일본과 중국이 미 국채를 과도하게 던질 경우, 시장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중국이 보복 수단으로 대규모 국채 매각에 나설 경우, 달러 약세와 미국 제품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더불어 최근 채권시장 내에서는 해지펀드들이 활용하던 이른바 ‘기초 거래(basis trade)’ 포지션이 흔들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물과 선물 간의 가격차이를 노리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던 전략이 시장 불안정성 확대에 따라 빠르게 청산되며 유동성 충격을 야기한 것이다. 내셔널라이언스증권의 채권 본부장 앤드루 브레너는 “이런 거래의 해소 과정 자체가 채권시장을 압도해버렸다”고 평가했다.

시장 혼란의 본질은 결국 미국의 불확실한 정책 환경에 기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ING의 미주 리서치 본부장 패드릭 가비는 “채권 투자자들은 드라마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단순함을 원한다”고 밝혔고, 이는 현재 미 재무부 시장이 얼마나 투자자 친화적이지 않은지 보여주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이번 국채시장의 혼란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 정부의 정책과 글로벌 자본 흐름 간의 미묘한 균형이 깨졌음을 시사한다. 금융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도맡아온 미 국채가 최근 주식시장과의 커플링 현상을 보이며 동시에 출렁였다는 점은 시장에 강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금리, 외환, 통상 정책이 얽히고설킨 이번 상황에서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보다 깊은 구조적 이해와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