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월 물가 0.1% 하락… 트럼프 관세는 아직 반영 안 됐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3월에 전격적으로 하락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을 기록했다. 이는 유가 하락이 주된 요인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 영향은 아직 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1% 하락했다. 계절조정 기준으로 유가는 6.3% 급락했으며, 휘발유 가격은 0.9% 내려갔다. 이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오르는 시기인 3월의 경향성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식료품 가격은 같은 기간 0.5% 상승했지만, 유가 하락 폭이 이를 압도하면서 전체 물가지수의 하락을 견인했다. 근원 물가지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0.1% 상승했으며, 연간 기준 상승률은 2.8%로 시장 예상치(3%)를 하회했다. 항공권과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근원물가 둔화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CPI 상승률 역시 2.4%로 전달보다 꺾이며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신호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를 자극할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물가 안정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전 세계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했으며, 캐나다와 멕시코에 일부 제품에는 추가 관세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한 달 사이에 관세율을 최대 125%까지 인상했고, 자동차 수입에는 25%의 폭탄관세가 매겨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시차가 있다고 분석한다.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 사무엘 톰스는 "과거 사례를 볼 때 관세가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석 달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5월부터는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트레이드스테이션의 시장 전략 책임자 데이비드 러셀은 “이번 3월 물가지표는 마치 평행 우주의 신문과도 같다”며, 현재의 물가 안정이 곧 이어질 관세 충격과는 무관하다고 경계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실제 연준은 아직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발언에서 "연준은 정책 결정에서 '관망 모드'를 유지할 것"이라며, 관세 효과가 물가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확인하기 전까지는 조기 완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학자 맷 콜리어는 "3월 지표는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연준의 행보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며 "무역 정책의 급변은 향후 경제 흐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강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경제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한 가운데, 향후 몇 달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흐름과 연준 정책의 향배가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