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3월 들어 다시 둔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의 물가 흐름에 강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 통신의 집계에 따르면, 3월 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하며 2월의 2.8%에서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로, 최근 유가 하락이 가계 물가 부담 완화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플레이션 완화세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대규모 관세 조치들은 수입 물가 상승을 유발하며 소비자물가 재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4월부터 본격 시행 예정인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일반 소비재 전반에 걸친 관세는 향후 CPI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일부 영향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20% 관세의 효과가 CPI에 반영되기 시작했고, 미국 내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를 앞당기는 등 관세 적용 전의 수요 급증 현상이 포착됐다. 이로 인해 자동차 가격 상승세가 심화되고, 이는 곧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UBS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자유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한 연설 당시 발표한 관세안이 그대로 유지될 경우, 연간 인플레이션이 최대 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UBS의 시장 전략가 바누 바웨자(Bhanu Baweja)는 “관세 유지가 미국 경제에 미칠 피해 수준을 고려하면, 합리적 판단하에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즉각적인 물가 상승이 현실화되지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의 완만한 물가 상승률은 단기적 에너지 비용 변화에 따른 착시일 뿐이며, 관세라는 구조적 변수는 강한 가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향후 발표될 CPI 세부 지표와 정부의 추가 무역 정책 행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