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lackRock)의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Larry Fink)는 올해 연준이 4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핑크는 7일(현지시간) 뉴욕 이코노믹클럽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이 올해 네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조되면서 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훨씬 더 높아질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4.25~4.5% 수준에서 유지 중이다. 그러나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 도구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말까지 최대 네 차례에 걸친 0.25%포인트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이는 3.25~3.5% 수준의 금리로 떨어질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핑크는 이러한 시장의 기대를 정면 반박하며, 더욱 긴축적인 정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관세 정책이 또 한 번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수입 제품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핑크는 "관세 확대는 공급망 충격과 함께 인플레이션 재점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 역시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연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밝혀, 추가 인하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핑크는 또한 미국 경제의 현 상황에 대해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 대부분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공통된 의견이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월스트리트 주요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침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혔던 보호무역적 정책은 연준과 시장 모두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관세가 물가를 자극하면 긴축적 통화정책이 불가피해지며, 이는 암호화폐와 같은 위험자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들어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되며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비롯한 주요 디지털 자산은 상승세를 나타냈지만, 핑크의 발언은 이러한 기대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미국 통화정책의 향방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 추진 수준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반응에 달려 있다. 핑크는 "지금과 같은 환경에선 낙관적인 시나리오보다는 강력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