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 조치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미국 내 원유 시추 활동의 수익성이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며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겠다는 공약 아래 유가 안정화를 추구해 왔지만, 최근의 유가 하락은 오히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7일 오전 한때 배럴당 58.96달러로 떨어지며, 약 4년 만에 60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상호관세 조치 이후 15%가량 하락한 수치로, 이에 따라 미국 관세율은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율 관세가 전 세계 경기 흐름에 부정적 충격을 가하고, 특히 석유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전 트루스소셜에 “유가는 하락했고, 금리는 낮으며, 식료품 가격도 낮다. 인플레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지만,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 산정에서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그 발언은 논란의 소지를 낳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올 1~2월 각각 0.3% 상승했으며,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는 같은 기간 0.4% 오르며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렇듯 유가 하락이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 완화에 기여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국내 에너지 산업에는 타격이 심각할 수 있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유정 드릴링에는 평균 배럴당 65달러 이상의 유가가 필요하며, 업체 60%가 이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현재와 같은 유가 수준에서는 생산 확대가 채산성에 맞지 않는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온 ‘미국 에너지의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구상이 쉽지 않은 이유다.
실제로 일부 유전 서비스업체들은 “국내 시추 활동 확대에 대한 행정부의 희망은 철강 관세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유정 완공 수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원가 상승이 생산 활성화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사막지대의 퍼미언 분지에서 활동 중인 드릴링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구상이 현장에선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 유전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여전히 텍사스 철도위원회(RRC)로부터 허가를 받는다. 연방규제가 중요한 것은 멕시코만이나 알래스카처럼 연방 관할지역에서 시추할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지 생산에 미치는 연방 정부의 개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발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억제 전략과 에너지 자립 공약은 전통적인 공급확대 논리에 기반하고 있으나, 고율 관세로 인한 구조적 수요 위축과 원가 상승은 그 실현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 전략의 효과는 유가 흐름과 글로벌 경기 전망, 그리고 생산업체들의 실질 수익성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시장 반응은 그 계획이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