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관세 정책 발표 직후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BTC)은 7% 이상 하락해 7만 5,000달러 선까지 밀렸고, 이더리움(ETH)은 14.5% 급락하며 비트코인 대비 가치인 ETH/BTC 비율이 지난 5년 내 최저치까지 추락했다. 이 같은 투매는 암호화폐에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증시 전반에 약 8조 달러(약 1경 1,680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 손실을 유발하며 금융 전반을 강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대해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185개국을 대상으로 '불공정한 무역 파트너'로 규정하며 추가 관세 부과를 경고했다. 해당 조치는 4월 9일부터 정식 시행될 예정이며, 미국 세관은 이미 지난 주말부터 10% 관세 징수를 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말 동안 S&P500 선물 지수와 나스닥에 이어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도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정책에는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도입 외에도, 중국산 제품에는 34%, 유럽연합 품목에는 20%의 추가 관세가 적용된다. 중국도 즉각 보복 조치로 미국산 제품에 34%의 맞대응 관세를 발표하면서 시장 전반에 리스크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이로 인해 약 5억 9,000만 달러(약 8,620억 원)의 포지션이 청산됐고, 비트코인은 단숨에 7만 8,000달러 선 붕괴를 겪으며 투자 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24시간 내 암호화폐 시장에서 청산된 롱포지션 규모는 8억 6,800만 달러(약 1조 2,664억 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3월 이후 최대 청산 규모다. 기술적으로도 비트코인은 상승 쐐기 패턴을 하방 이탈하며 '데드 크로스'를 형성했고, 이는 향후 추가 낙폭의 신호로 해석된다. 당장 7만 4,000달러가 단기 지지선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6만 5,000달러와 5만 7,000달러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달 6일 비트코인은 잠시 8만 3,80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곧 하락 반전했다. 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MACD) 지표도 하락 신호를 냈고, 상대강도지수(RSI)는 과매도 구간을 반복적으로 진입하며 하방 압력을 강화했다. 일시적으로 골든 크로스가 등장했으나, 추가 하락 압력이 이를 무력화시킨 형국이다.
시장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경제학자 피터 시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략과 국가 비트코인 준비금 구상 모두 현실성이 부족하다며 "암호화폐 시장이 마침내 붕괴 초입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트코인 ETF 투자자들에게도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관련 밈코인마저 당일 13% 이상 급락하며, 연초 대비 90% 이상 가치가 하락한 상태다.
반면 일부 낙관론자들은 이번 하락을 새로운 랠리의 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강세론자 맥스 카이저는 "이번 패닉은 전 세계 자본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는 전조"라며, 비트코인이 4월 중 22만 달러 돌파 가능성을 제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세 전쟁의 여파와 기술적 하락 신호가 중첩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정책 대응과 글로벌 투자 흐름에 따라 반등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