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글로벌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겪는 가운데,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도 다수의 경제 이벤트 속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오는 7일부터 시작되는 미국 주요 경제지표 공개 일정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포함한 시장 전체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주 가장 주목받는 이슈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와 연방준비제도(FOMC)의 의사록 공개다. 11일(현지시간) 예정된 CPI는 2월 예상보다 급격히 하락했던 수치에 이어 또다시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더욱 민감하게 시장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 관세’ 조치가 10일 발효되고 중국의 대응 조치가 곧바로 이어질 예정이어서 글로벌 공급망과 비용 압박을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투자은행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미국 및 전 세계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물가 불안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자산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변수가 암호화폐와 같은 대체 자산이 아닌,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 투기적 자산으로도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위험 회피 심리 속에 암호화폐 시장도 급격한 하락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특히 지난 주말 비트코인은 약 8% 급락한 7만 4,000달러 선까지 밀렸고, 이더리움은 1,450달러로 18% 가까이 하락하며 2023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매도세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알트코인에도 영향이 이어졌으며, XRP, 솔라나(SOL), 도지코인(DOGE), 카르다노(ADA), 체인링크(LINK), 스텔라 등 다수 종목이 두 자릿수 낙폭을 보였다. 하루 만에 약 2,500억 달러(약 365조 원)가 증발했으며,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시가총액은 2조 5,000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번 주에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도 예정돼 있어 시장 변동성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또한 JP모건체이스(JPM), 웰스파고(WFC), 모건스탠리(MS), 블랙록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으로, 전통 금융 시장의 흐름이 암호화폐 투자 심리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 갈등의 불확실성과 매크로 환경의 불안정한 변화가 맞물리며, 이번 주 암호화폐 시장은 다시 한 번 극심한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시장은 단기적 매도 압력을 해소하기보다는 경제지표의 실질적 개선과 글로벌 시장의 회복 조짐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