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미국 증시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며 1분기 실적 시즌 초입부터 기업들의 가이던스 발표에 제동을 걸고 있다. S&P500 상장기업들이 이번 주부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 사례가 급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추가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을 직접 흔들며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상품에 대해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발언하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뉴욕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백악관은 90일간의 상호 관세 유예 가능성 루머도 일축했다.
시장조사업체 알파센스(AlphaSense)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혼란(chaos)’이라는 단어가 언급된 브로커리포트는 421건으로 전주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단 이틀 만에 100건 이상이 해당 키워드를 포함할 정도로 시장의 긴장감이 높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이 보수적인 자세로 실적 가이던스를 축소하거나 발표 자체를 유보할 가능성이 크다.
웨드부시증권(Wedbush)은 보고서에서 "이번 1분기 실적 시즌에서는 다수의 기업들이 가이던스를 생략할 수 있으며, 이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에도 불확실성이 극심해지며 S&P500 기업의 50% 이상이 향후 실적 전망을 제시하지 않았다.
팩트셋(FactSet)의 수석 실적 애널리스트 존 버터스(John Butters)는 "최소한 많은 기업들이 기존보다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내거나 예측 범위를 훨씬 넓게 설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이익 전망 단순화뿐 아니라 기업 가치 평가에도 직결되는 요소로, 시장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일부 제조업체 보호 효과를 겨냥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과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셋(Kevin Hassett) 위원장은 "관세 인상에 대해 50개국 이상이 면제나 유예를 타진하며 협상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관세 불확실성이 당분간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시장은 실적 발표 외에도 정치 리스크 요인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몇 주간 S&P500 전망 하향 조정은 물론, 주요 지수의 변동성 확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