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전방위적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BTC)의 자산 가치가 일주일 새 55억 달러(약 8조 300억 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보유 기업 현황을 집계하는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BitcoinTreasuries.net)에 따르면, 4월 7일 기준 상장사들이 보유한 총 비트코인 가치는 약 545억 달러(약 79조 4,700억 원)로, 4월 2일 발표 이전의 590억 달러(약 86조 1,400억 원) 대비 급감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상장사의 주가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비트와이즈 비트코인 스탠다드 코퍼레이션 ETF(OWNB)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발표한 4월 2일 이후 13% 이상 하락했다.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 붐'을 선도해온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의 주가도 같은 기간 13% 넘게 빠진 것으로 구글 파이낸스 자료에서 확인됐다.
기업 재무 전략 측면에서 비트코인을 국채 등 초저위험 자산 대신 선택한 데 대한 우려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마켓대학(Marquette University)의 금융학 교수 데이비드 크라우스는 올해 1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암호화폐의 높은 변동성과 불확실한 규제 환경은 안정성, 유동성, 자본 보존이라는 재무팀의 핵심 목표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3월에는 게임 유통 회사 게임스탑(GameStop)이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인다는 발표 이후 시가총액 30억 달러(약 4조 3,800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 eToro의 미국 투자분석가 브렛 켄웰은 "게임스탑이 비트코인 중심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사업 모델이 뒷전이 돼 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자산관리사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Fidelity Digital Assets)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재정적자 증가, 통화 가치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잠재적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비트코인이 무정부적·탈허가성 자산으로 투자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바이낸스는 4월 7일 발표한 리서치 보고서에서 "최근 관세 발표 이후에도 BTC는 기존 금융시장과 차별되는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앞으로도 비트코인이 비주권 자산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