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4월 7일 급락세를 보이며 전일 대비 최대 10% 하락, 시가총액이 2조 4,100억 달러(약 3,520조 원)까지 떨어졌다. 이와 함께 전체 시장 거래량은 24시간 동안 293% 급등한 1,650억 달러(약 241조 9,000억 원)를 기록하며 매도 압력이 대규모로 터졌음을 반영했다.
이번 하락은 암호화폐 시장의 전통적인 변동성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5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시행한 10% 관세 정책이 투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위험자산 회피 흐름이 재점화됐다. 그는 “중국과 어떤 무역합의도 없을 것”이라고 밝혀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BTC)은 아시아 시장 개장 초 7만4434달러까지 급락하며 지난해 11월 6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고, 이더리움(ETH)은 전일 대비 16% 하락한 1,4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XRP, 솔라나(SOL), BNB 등도 각각 15.5%, 15.3%, 8% 수준의 낙폭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닌 ‘디커플링 종료’를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의 조정세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도 동조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빌 애크먼(Bill Ackman) 퍼싱 스퀘어 캐피털 CEO는 “이번 관세 전면 확대로 경제 핵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기대 이상의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6월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일주일 전 14%에서 현재 42%로 뛰었다.
시장의 급락과 함께 대규모 청산도 발생했다. 24시간 기준 청산된 암호화폐 포지션 규모는 총 14억 달러(약 2조 400억 원)로, 이 중 약 12억 2,000만 달러가 롱포지션이었다. 이는 코로나19 당시, FTX 붕괴와 같은 역사적 급락 사건에 비견되는 수준이다. 청산은 무려 46만 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OKX에서 발생한 BTC/USD 700만 달러 규모 청산이 가장 컸다. 이러한 대규모 청산은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추가 매도를 유발하는 공포 심리를 동반한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4월 5일 2조 6,700억 달러에서 4월 7일 장중 2조 3,100억 달러까지 내려가며 3일간 3,500억 달러(약 511조 원) 이상이 증발했다. 현재는 일부 반등해 2조 4,000억 달러 수준을 회복했지만, 지난해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조 7,300억 달러에 비하면 여전히 35% 낮은 수준이다.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확대와 이로 인한 위험 회피 심리가 앞으로도 암호화폐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트코인의 실질적인 지지선이 위협받는 가운데, 위험자산 전반의 수요 감소가 장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