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적인 관세 정책을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BTC) 가격이 하루 만에 1500만 원 가까이 크게 상승했다. 이번 발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속히 반응했으며, 특히 암호화폐와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75개국 이상에 적용하려던 높은 수준의 보복성 관세를 3개월간 보류하면서,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는 기존 20% 이상의 관세 대신 10% 균일 세율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를 125%로 끌어올리는 강경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미중 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번 발언 직후 비트코인은 24시간 기준 약 9.8% 상승하며 8만 달러선에 근접했다. 동시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2962포인트(약 7.9%) 급등해 사상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나스닥도 하루 만에 12.6% 덩달아 올랐다. 암호화폐시장은 다시 한 번 거시경제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옵션 시장에서도 향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옵션 거래에서 매수 심리를 나타내는 ‘풋-콜 비율(Put/Call Ratio)’이 급격히 하락한 가운데, 미결제 약정이 몰린 옵션 행사가격 또한 7만 달러에서 8만 달러 수준으로 옮겨갔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 수익선이 상향 조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트레이딩 플랫폼들에서 일부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백워데이션(Backward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는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를 보이는 구조로, 상승세 속에서도 시장 전반에서 강한 매수 압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증시와 비교했을 때 비트코인의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고위험 자산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접근이 여전히 신중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통 주식시장이 반등세를 확실히 회복할 때까지 비트코인 가격에도 일정한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일정도 주목된다. 미 노동부는 10일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할 예정이며, 이어 11일에는 소비자신뢰지수, 16일에는 소매판매지표 등 연쇄적인 경제지표 발표가 예고돼 있다. 암호화폐 가격 역시 이 같은 통계에 따라 단기적 방향성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완화 조치가 일시적인 안도감을 제공했을 뿐, 대중 무역 전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이 다시 한 번 인플레이션 헤지 혹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 맷 하우건은 "고강도 관세 발언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비트코인에 매우 우호적인 거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연내 20만 달러 도달 예상은 변함없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유동성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