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르엑스(WazirX)의 해킹 피해 보상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구조화 계획에 90% 이상의 채권자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번 승인으로 와지르엑스는 복구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수 있게 됐다.
7일(현지시간) 와지르엑스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총 채권자 중 93.1%가 재구조화 계획에 찬성했으며, 이들이 전체 채권 금액의 94.6%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19일부터 28일까지 크롤(Kroll)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 투표에는 플랫폼 내 암호화폐 잔고를 보유한 모든 채권자가 참여할 수 있었다.
니샬 셰티(Nischal Shetty) 와지르엑스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계획이 승인된 만큼 도난 자산의 회수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며 "이와 함께 플랫폼 수익 배분을 통해 피해 보상을 다각도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표는 지난 2월 와지르엑스 측이 약 2억 3,490만 달러(약 3,427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 복구가 2030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와지르엑스는 계획이 부결될 경우 복구 일정이 불투명하게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니샬 셰티는 해당 계획이 싱가포르의 법적 감시 아래 마련됐으며, 보유 중인 유동 자산은 5억 6,640만 USDT 상당으로 채권 총액(5억 4,650만 USDT 상당)을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복구 계획의 일환으로 와지르엑스는 이용자에게 '복구 토큰'을 발행해 피해 보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토큰을 통해 전체 잔고의 최대 80%까지 환급이 가능하며, 나머지는 플랫폼 운영에서 창출되는 수익 및 향후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수익으로 순차 매입된다.
와지르엑스는 DEX의 출시 계획도 공개했다. 사용자가 자산을 직접 보관할 수 있도록 하여 해킹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셰티는 "사용자 자산은 이용자 각자가 완전히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현재 운영 중인 중앙화 거래소(CEX)와 동일 수준의 사용자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해킹 사건은 지난해 7월 와지르엑스의 '세이프 멀티시그(Safe Multisig)' 지갑이 공격을 받아 총 2억 3,49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탈취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은 북한 관련 해커 조직 소행으로 알려졌으며, 인도 내 암호화폐 산업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후 와지르엑스는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암호화폐 보관을 미국의 비트고(BitGo)와 영국 스탠다드차타드 계열의 조디아(Zodia)로 이관했으며, 자산 보호를 위한 보험 계약도 병행했다.
업계 전반에서 해킹은 계속되는 리스크로 남아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에만 약 20억 달러(약 2조 9,200억 원)가 암호화폐 해킹으로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약 16억 3,000만 달러는 접근 제어 시스템의 취약점에서 비롯됐다. 특히 최근 3개 분기 연속으로 가장 큰 피해 유형이 멀티시그 관련 사고인 점이 주목된다.
보안 업체 해켄(Hacken)은 이에 대해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코드뿐만 아니라 프론트엔드, 내부 절차 등 전체 인프라가 함께 강화돼야 한다"며 전체 시스템의 통합적인 보안성 확보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