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강경한 관세 정책이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저명한 투자자 빌 애크먼(Bill Ackman)이 상무장관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에 대해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더러운 15개국(Dirty 15)’을 대상으로 강력한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이들 국가는 미국 경제를 착취해왔다는 이유로 지목됐다. 이같은 정책 발표 이후 단 하루 만에 미국 증시는 5.97% 하락했고, 유럽(-3.81%), 중국(-7.34%), 일본(-7.83%), 인도(-3.24%) 등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 가격 역시 3일과 4일 사이에 온스당 $3,131.03에서 $3,037.47로 하락했으며, 암호화폐 시장도 큰 조정을 겪었다. 비트코인(BTC)은 7.2%, 이더리움(ETH)은 16.7%, XRP는 14.7%, 솔라나(SOL)는 15.6%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시장은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애크먼은 이날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루트닉 상무장관이 채권에 장기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경기 침체 국면에서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트닉이 대표로 있는 투자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는 최근 채권 비중을 크게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미국 경제가 흔들릴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대해 애크먼은 “국익을 책임져야 하는 관료가 경제 쇠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입장에 있다면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의혹은 단순한 도덕적 논란을 넘어 글로벌 경제 외교에 있어 미국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애크먼은 “루트닉이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미국의 통상 협상 파트너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암호화폐 시장 입장에서도 이번 사태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경우 탈중앙화 자산인 암호화폐에 일시적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지만, 이번처럼 정책 불확실성과 이해관계 논란이 동시에 불거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크다. 시장은 정책 수립 과정의 투명성과 주요 인사의 신뢰도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회복 여부 또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밝혔던 ‘친(親)암호화폐’ 정책 의지와도 맞물린다. 암호화폐 지지 인사를 요직에 배치했지만, 그 인사가 정책 혼란의 중심에 있는 현실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준다. 실제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는 이날 10% 이상 하락하며 이같은 정치·경제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이해충돌 해소와 정책 투명성 확보 노력이 없다면, 암호화폐를 포함한 자산 시장 전반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은 단지 대통령의 호의적인 발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 효율성과 공직자의 윤리 기준이 뒷받침될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음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다.